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후기|박상영 신작이 특별한 3가지 이유



박상영 신작이라는 말만 듣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특유의 유머와 속도감 있는 대화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웃음을 기대했던 자리에 방화 사건이 등장하고,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익숙한 박상영의 문장을 읽고 있는데도 분위기는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이게 정말 박상영 소설 맞나?”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몇 번이나 “이건 내가 알던 박상영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이상하게 책을 덮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읽었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이번 변화가 단순한 장르 실험이 아니라 박상영이 오래 품어온 질문을 더 큰 무대로 옮긴 시도였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제게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보다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가는가를 묻는 소설로 남았습니다.


작품 정보

항목내용
작품명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저자박상영
출판사래빗홀
출간일2026년 7월 22일
장르장편소설 · 미스터리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책 표지
박상영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이미지 출처 : 사용자 촬영

※ 스포일러 안내

작품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중반 이후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상영이라서 읽었지만, 박상영 같지 않아서 더 궁금했다.

박상영의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입니다. 유쾌한 대사 뒤에 외로움이 숨어 있었고, 가벼운 문장 안에 묵직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인상은 정반대였습니다.

이번 소설은 처음부터 독자를 웃게 만들지 않습니다. 차갑고 묵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인물들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익숙한 문체 대신 사건과 긴장감이 앞서다 보니 초반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책을 읽는 속도가 꽤 느렸습니다. 등장인물과 시간대가 계속 바뀌는 데다, 사건의 배경도 한 번에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어렵네.”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사치코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살아 움직였습니다. 그때부터는 범인을 찾는 것보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줄거리보다 먼저 보였던 것은 ‘욕망’이었다.

방화 사건으로 시작되는 미스터리 분위기를 담은 도시 풍경
사건보다 인간의 욕망에 시선이 머물렀던 순간/이미지 출처: AI 생성

왜 이 작품이 단순한 미스터리로 읽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방화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치코가 딸 하나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 그리고 그 부탁을 따라 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전형적인 미스터리의 문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사건을 따라갔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100쪽쯤 읽었을 무렵부터 이상하게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범인을 추리하는 일보다 ‘도대체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지키려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욕망처럼 보였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모두 같은 결핍에서 출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목 속 ‘지푸라기 왕관’이 다시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이 소설은 제게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사람은 왜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가를 묻는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사치코라는 인물을 만난 순간, 이 소설의 방향이 달라졌다.

창밖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의 뒷모습
사치코라는 인물이 품은 침묵과 삶의 무게/이미지 출처: AI 생성

읽기 전에는 하나가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치코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날수록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읽는 내내 가장 눈에 들어온 인물은 사치코였습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치코는 피해자도, 영웅도 아닌 훨씬 복잡한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침묵했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했고,

때로는 욕망을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이 옳았는가”를 따지기보다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도 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치코를 보면서 신기했던 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선택들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도 저럴 수 있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었습니다.



읽을수록 범인이 아니라 ‘왕관’이 궁금해졌다

이 소설은 분명 방화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범인을 추리하며 읽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누가 가장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머릿속에 두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범인을 찾는 재미보다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권력을 원했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 아니라 욕망을 해부하는 소설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을 이해한 순간, 작품이 다시 보였다

지푸라기 위에 놓인 낡은 왕관
욕망과 허망함을 상징하는 지푸라기 왕관/이미지 출처: AI 생성

사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지푸라기 왕관.’

왕관이라면 금이나 보석이 먼저 떠오르는데, 왜 하필 지푸라기일까.

읽는 동안에도 그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제목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왕관은 누구나 원합니다.

높은 자리, 성공, 인정.

하지만 그 왕관이 지푸라기로 만들어졌다면 어떨까요.

힘겹게 손에 넣었는데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만큼 허망한 것이라면.

그때 저는 제목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왕관일까, 아니면 왕관을 통해 채우고 싶은 결핍일까.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윤동주보다 사치코를 더 오래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재벌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윤동주라는 인물이 중심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또 한 번 빗나갔습니다.

책을 덮고 가장 오래 생각난 사람은 사치코였습니다.

사치코는 처음부터 자신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침묵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왜 그렇게까지 감정을 숨길까.’

그런데 과거가 하나씩 드러날수록 그 침묵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소설은 독자가 인물을 용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치코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하나의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해 있었다

겉으로 보면 하나는 어머니의 부탁을 따라 사건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여정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하나가 찾아간 것은 진실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뿌리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읽는 내내 ‘진실을 알면 편해질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진실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기보다 더 성숙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박상영은 이번에도 결국 사람을 썼다

처음에는 장르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터리.

재벌.

현대사.

전작과는 너무 다른 소재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이전 작품들을 떠올려 보니, 달라진 것은 장르였지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박상영은 이번에도 결국 사람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

인정을 갈망하는 사람.

권력을 갈망하는 사람.

그리고 끝내 자신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작품이 낯설게 느껴졌던 이유는 작가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같은 질문을 훨씬 큰 무대에서 던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동안 가장 자주 했던 생각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던졌습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는 건, 등장인물들이 선악으로 나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 침묵하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거짓말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바꿉니다.

처음에는 그 선택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쌓일수록 쉽게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독자에게 정답을 주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말하기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묻는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결말이 끝난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소설

※ 아래 내용은 작품의 핵심 의미를 다루며, 결말에 대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덮인 책과 창가에 비치는 오후 햇살
결말 이후에도 오래 남는 여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미지 출처: AI 생성

많은 미스터리는 결말에서 긴장이 풀립니다.

범인이 밝혀지고,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고,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독자도 자연스럽게 책을 덮게 됩니다.

그런데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조금 달랐습니다.

마지막 장을 읽고도 이상하게 책을 바로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은 끝났는데 제 생각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작품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왕관이란 무엇이었을까.’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권력을 원했을까.’

‘그 모든 선택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을까.’

이 질문들이 책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좋은 소설이란 줄거리를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보다 질문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제게는 그랬습니다.


박상영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재벌 이야기처럼 읽었습니다.

중반에는 미스터리처럼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소설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이 작품이 권력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결핍에 대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돈을 원해서 돈을 쫓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욕망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왕관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일 뿐입니다.

정작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왕관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메워 줄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마지막에야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 제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지푸라기 왕관.

아무리 애써 손에 넣어도 오래 붙잡을 수 없는 것.

결국 그 허망함을 가장 잘 표현한 제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도 분명 있었다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모든 독자에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초반은 확실히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시간이 오가고,

정보를 한 번에 풀어주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특히 박상영의 전작처럼 가볍고 리듬감 있는 문장을 기대했다면 초반에는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낯섦이 오히려 필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이 작품이 가진 묵직한 질문도 지금만큼 오래 남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독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이런 독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 박상영의 새로운 시도를 보고 싶은 독자
  • 미스터리보다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 재벌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이야기에 관심 있는 독자
  • 책을 덮은 뒤에도 작품을 오래 곱씹는 독서를 즐기는 독자

반대로 빠른 전개와 강한 반전을 기대한다면, 초반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한 권을 읽고 남은 제 기록

독서노트와 책이 놓인 원목 책상
책을 덮은 뒤에도 이어진 생각의 기록/이미지 출처: AI 생성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사치코라는 인물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보통 재미있는 소설은 사건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소설이란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남는 이야기.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제게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총평

박상영은 이번 작품에서 익숙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오래 써 왔던 ‘결핍’이라는 주제를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형식 안에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장르의 변화보다 작가의 확장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몇 번이나 속도를 늦췄습니다. 중반부터는 인물들의 선택이 궁금해졌고, 마지막에는 제목을 다시 읽었습니다. 저에게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이렇게 조금씩 이해의 방향이 바뀌었던 소설로 남았습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범인을 찾는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왜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지를 묻는 소설.”


박상영의 이번 작품이 인간의 결핍과 욕망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또 다른 소설 리뷰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인간을 쉽게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선택의 이유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후기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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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후기 | 박상영 신작이 특별한 3가지 이유

그런데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조금 달랐습니다.

URL: https://vivaagain.com/jipuragi-crown-woman-review

작성자: SEOK CHAN

편집자 평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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