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형 나쁜 인형 서하나 신작 솔직 후기
비 오는 화요일 밤, 문화 살롱의 문을 엽니다. 오늘은 조금 위험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서점가에 기묘한 소문을 몰고 온 문제작, 서하나 작가의 <착한 인형 나쁜 인형>을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가장 어두운 지하실을 비추는 손전등이라는 것을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바로 당신과 저의 이야기입니다.

[목차: 가면 뒤의 진실을 찾아서]
1. 왜 우린 이토록 '나쁜 것'에 목마른가
솔직히 고백해 봅시다. 여러분의 스마트폰 앨범 속 웃고 있는 사진들, 그거 진짜 여러분인가요? 아니면 '좋아요'를 받기 위해 연출된 장면인가요?
2026년,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디지털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완벽한 타인의 삶을 보여주며 우리를 비교의 지옥으로 밀어 넣죠. 우리는 모두 '착한 인형'이 되기를 강요받습니다. 직장에서는 쿨하고 능력 있는 직원, 가정에서는 다정하고 불만 없는 가족. 하지만 그 완벽한 매끄러움 뒤에는,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의 '진짜 나'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 <착한 인형 나쁜 인형>을 집어 든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서점 매대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마치 누군가 제 뒤통수를 서늘하게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목부터 도발적이지 않나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잔혹 동화인 줄 알았더니, 책장을 펼친 지 10분 만에 깨달았습니다. 이건 판타지의 탈을 쓴, 지독하게 현실적인 '현대인 심리 부검 보고서'라는 것을요.
지금, 아무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달콤한 위로의 에세이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그 분노와 억울함을 대신 폭발시켜 줄 '나쁜 인형'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갈증을 채워줄, 아주 독한 에스프레소 같은 작품입니다.
2. 도자기 파편처럼 날카로운 줄거리
줄거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경고를 하나 드려야겠네요. 이 소설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멱살을 잡고 거울 앞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죠.
주인공 '수아'는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전시하는 인물입니다. 유명 디자인 회사의 팀장, 세련된 취향, 흠잡을 데 없는 매너. 그녀는 마치 흠집 하나 없는 백자(白磁)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밤마다 원인 모를 이명에 시달리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는 환각을 겪는다는 것이죠.
균열은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의 낡은 인형 가게, '마리오네트'에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수아는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눈빛을 한 인형을 마주합니다. 옷은 찢겨 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으며, 무엇보다 입가에 기괴할 정도로 환희에 찬 미소를 띠고 있는 인형. 가게 주인은 묘한 말을 건넸습니다.
"손님, 쟤가 망가진 게 아니에요. 쟤는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평생 참고 삼켰던 그 노래를요."
이후 소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합니다. 수아가 '착한 인형'의 가면을 유지하려 애쓸수록, '나쁜 인형'은 그녀의 일상을 침범합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도중 갑자기 욕설을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얌전한 옷 대신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싶은 욕망.
서하나 작가는 이 과정을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냅니다. 누가 진짜일까요? 억지로 웃고 있는 수아인가요, 아니면 모든 것을 부수고 싶어 하는 인형인가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수아에게 감정 이입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녀를 옥죄는 '착함'이라는 감옥이 너무나 공포스럽게 다가와 몇 번이고 책을 덮었다 펴야 했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생존'에 관한 처절한 투쟁기입니다.
3. 서하나가 설계한 심리적 미로
서하나 작가는 본래 미술을 전공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텍스트가 시각적입니다. 단순히 "슬펐다"라고 쓰지 않고, "그녀의 슬픔은 젖은 골판지 냄새가 났다"라고 묘사하는 식이죠.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의 미학적 감각은 빛을 발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색채의 대비'입니다. 초반부 수아의 세계는 무균실 같은 화이트와 베이지 톤입니다. 안전하지만 생명력이 없죠. 반면 나쁜 인형이 등장하는 씬에서는 검붉은 피, 짙은 초록의 이끼, 끈적한 검정색이 화면을(아니, 지면을) 장악합니다. 작가는 색채를 통해 독자의 무의식을 자극합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베이지색이 답답해지고, 차라리 붉은색이 터져 나오길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작가는 '어른 아이'라는 키워드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몸만 커버린 우리들, 칭찬받고 싶어 안달 난 그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서하나는 징그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해부합니다. 잔인한가요? 아니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 가장 깊은 형태의 애정이라 느꼈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려면 먼저 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하니까요. 서하나 작가는 이 시대의 가장 날카로운 집도의입니다.

4. 이 책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물
베테랑 호스트로서, 이 책을 단순히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소비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작품의 밀도가 높아서 주변이 산만하면 그 '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없거든요. 제가 추천하는 관람(독서)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 ① 시간은 새벽 1시 이후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오직 나만의 숨소리만 들릴 때 읽으세요. 그래야 작가가 문장 사이에 숨겨둔 침묵의 소리가 들립니다. - ② BGM은 첼로 독주곡
가사 있는 노래는 방해됩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처럼 저음이 묵직하게 깔리는 음악을 추천합니다. 현을 긁는 소리가 마치 내 신경을 긁는 듯한 동기화가 일어납니다. - ③ 독한 음료 한 잔
달달한 라떼보다는 위스키 온더락이나, 아주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가 어울립니다. 책의 쓴맛을 중화시키기보다, 그 쓴맛을 입안에서 굴리며 음미해 보세요.
하나 더, 챕터 4 '가면 무도회' 파트에서는 잠시 책을 덮고 거울을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거울 속 당신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의 '나쁜 인형'이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5. 깨진 틈으로 들어오는 빛에 대하여
결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너무 파괴적이다"라는 평과 "진정한 해방이다"라는 평이 엇갈리죠. 저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치유'를 상처가 아물어 새살이 돋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착한 인형 나쁜 인형>이 말하는 치유는 다릅니다. "깨져도 괜찮아. 깨진 틈으로 빛이 들어오니까." 작가는 완벽하게 복원된 인형이 아니라, 깨진 채로 걷는 법을 배우는 인간을 긍정합니다.
책장을 덮으며 저는 제 안의 '나쁜 인형'에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동안 구석에 처박아두고 모른 척해서 미안하다고. 가끔은 네가 나와서 소리 질러도 좋다고요. 이상하게도 그 순간, 마음속 거대한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지금, 남들의 시선 때문에 숨이 막히는 당신.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짓눌려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당신. 이 책을 처방합니다. 부디 이 이야기가 당신의 가면을 깨뜨릴 단단한 망치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살롱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의 인형은 오늘 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나쁜 인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난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드리겠습니다.
[문화 살롱 호스트의 최종 평가]
⭐⭐⭐⭐⭐
"올해 읽은 텍스트 중 가장 아름답고 위험한 파괴."
추천 대상: 번아웃 온 직장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 보유자, 뻔한 힐링에 지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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