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엔터테인먼트

당신이 준 것 후기 문지혁 소설이 주는 위로

by 이슈로그 편집장 2026. 2. 19.
반응형

당신이 준 것 후기 문지혁 소설이 주는 위로

안녕하세요. 문화 살롱을 지키는 호스트입니다. 문지혁 작가의 신간, 당신이 준 것 후기 문지혁 소설이 주는 위로를 찾아 문을 두드려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창밖의 공기가 제법 차갑지요? 이런 날씨에는 두꺼운 장편소설보다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동안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획득하려 애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본질은 '잃어버림'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우산,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 혹은 그 시절의 뜨거웠던 나 자신까지. 문지혁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 상실의 목록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그 빈자리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준 것들로 가득 차 있다"고요. 오늘 이 포스팅에서는 단순한 줄거리 요약을 넘어, 왜 지금 우리가 문지혁의 문장에 기대어야 하는지, 이 얇은 책이 가진 무게가 얼마나 묵직한지 아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늦은 오후 햇살이 비추는 원목 테이블 위에 문지혁 소설 『당신이 준 것』 책과 커피 한 잔, 뚜껑이 열린 만년필이 놓여 있다
늦은 오후 햇살이 비추는 원목 테이블 위에 문지혁 소설 『당신이 준 것』 책과 커피 한 잔, 뚜껑이 열린 만년필이 놓여 있다/출처: AI 생성 이미지

 

[도서 정보: 살롱 기록장]

  • 🏷️ 도서명: 당신이 준 것 (짧은 소설집)
  • ✍️ 짓고 그림: 문지혁 (글), 박선엽 (그림)
  • 🏢 출판사: 마음산책
  • 📅 발행일: 2026년 1월 5일
  • 📚 장르/분류: 한국소설 / 짧은 소설(엽편) / 에세이적 소설
  • 📖 물리적 특징: 224쪽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문고판 사이즈, 양장본의 단단함)
 

1. 성실한 다정함, 문지혁의 문학적 좌표

제가 문지혁 작가를 처음 주목하게 된 것은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 연작을 읽으면서였습니다. 당시 그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작가"라는 독특한 페르소나를 통해, 언어와 생활 사이에서 부유하는 이방인의 정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짠하게 그려냈었죠. 그의 소설은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상징으로 독자를 압도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옆집 형이나 오빠가 조곤조곤 자신의 하루를 들려주듯, 편안하고 성실하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이번 신간 『당신이 준 것』은 그런 문지혁 작가의 정수가 고압축된 에스프레소와 같습니다. 이 책은 '짧은 소설(Short-short story)', 흔히 엽편이라 부르는 장르를 표방합니다. 원고지 30매 내외의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담아내야 하는 이 장르는 작가에게 엄청난 도전입니다. 긴 서사로 독자를 서서히 설득할 물리적 시간이 없거든요. 단 몇 페이지, 몇 문장 안에 독자의 멱살을 잡고 감정의 소용돌이로 끌고 들어가거나, 마지막 한 문장으로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선사해야 합니다.

문지혁 작가는 이 어려운 과제를 '충격'이나 '기교'가 아닌, '성실한 다정함'으로 돌파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찰나의 순간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해 삼켰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현미경처럼 포착해 내는 것이죠. 그래서 그의 짧은 소설은 읽는 시간은 5분 남짓이지만, 읽고 난 후의 여운은 5시간, 아니 5일 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2. 상실은 뺄셈이 아닌 덧셈의 과정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상실(Loss)'입니다. 하지만 문지혁이 말하는 상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절망이나 허무와는 결이 다릅니다. 보통 우리는 이별 후 "다 잊었어", "지워버렸어"라고 말하며 기억을 삭제하려 애씁니다. 그것이 치유라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용히 말합니다. 누군가 떠나간 자리는 단순히 0(Zero)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기고 간 것들로 채워지는 덧셈의 공간이라고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프거나 기쁜 것도... 모두 당신이 준 것입니다. 시간과 장소와 언어와 얼굴을 바꾸어가며 만난 당신이 지금의 저와 이 작고 모난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는 늦은 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이별, 실패, 좌절이 사실은 나를 깎아내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지층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는 퇴적물이었다는 위로. 그렇기에 '당신이 준 것'은 사랑일 수도, 상처일 수도, 혹은 갚지 못한 빚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지금의 유일한 내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책장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내 마음의 조각들을 되찾아 제자리에 끼워 맞춘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겁니다.

 

반응형
 

3. 20년의 시차가 빚어낸 12개의 모자이크

이 소설집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여기에 실린 열두 편의 작품이 쓰인 시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갓 등단했던 20대의 문지혁부터, 중견 작가가 된 현재의 문지혁,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는 문지혁까지. 작가가 책 말미에서 밝혔듯, 이 책에는 "온전한 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 되살아난 데뷔작, 「체이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체이서」입니다. 이 작품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과거 스마트폰 초창기, '네이버 오늘의 문학'이라는 앱에 연재되었다가 서비스 종료와 함께 디지털 데이터의 바다 속으로 사라졌던 비운의 소설입니다. 마치 소설 속 내용처럼 현실에서도 '실종'과 '상실'을 겪고, 십수 년 만에 종이책이라는 육체를 입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셈이죠. 읽다 보면 작가 지망생 시절 특유의 날 선 패기와, 세상에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이 행간마다 묻어납니다. 다듬어지지 않아 더욱 생생한 그 시절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책을 펼쳐 미래 연도가 적힌 소제목 부분을 클로즈업했습니다. 텍스트 주변의 넉넉한 여백이 주는 쓸쓸함과, SF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책을 펼쳐 미래 연도가 적힌 소제목 부분을 클로즈업했습니다. 텍스트 주변의 넉넉한 여백이 주는 쓸쓸함과, SF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출처: AI 생성 이미지

 

2) 미래를 향한 서글픈 예언, 「멸종과 생존」

개인적으로 가장 여운이 길었던 작품은 「멸종과 생존」입니다. 203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문지혁 작가는 오토픽션(Autofiction)의 형식을 빌려 미래의 자신을 소환합니다. 종이책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고도로 발달한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 그곳에서 '상급 한국어'를 가르치며 근근이 살아가는 늙은 작가의 모습은 묘하게 서글프면서도 숭고합니다. 이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인 나는 계속 쓰겠다"는 작가의 처절한 다짐이자 선언처럼 읽혀 가슴이 릿했습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세상에서도, 결국 '진심'을 전하는 것은 인간의 몫임을 역설하는 듯했죠.

 

4. 텍스트가 멈춘 곳에 그림이 말을 건다

보통 소설집에 들어가는 삽화는 글의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보조자'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준 것』에서 박선엽 작가의 그림은 문지혁의 글과 동등한 위치에서 호흡하는 '파트너'로서 기능합니다.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흑백의 이미지들을 주목해 보세요. 덩그러니 놓인 빈 의자, 비 내리는 차창 밖 풍경, 멀어지는 누군가의 뒷모습... 이 그림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독자에게 "잠시 멈추세요"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바로 다음 이야기로 급하게 넘어가지 말고, 방금 읽은 문장이 마음속 우물 바닥까지 가라앉을 시간을 벌어주는 '쉼표' 같은 존재죠.

저는 글을 다 읽은 후에, 그림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넘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글 없이도 하나의 완벽한 '침묵의 서사'가 흐르고 있더군요. 텍스트가 논리로 우리의 머리를 건드린다면, 박선엽의 그림은 정서로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집니다. 여러분께도 텍스트 1회 독, 그림 1회 독, 이렇게 두 번 읽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5. 살롱 호스트의 감각별 시식 가이드

이 책은 뷔페 음식을 먹듯 허겁지겁 읽어치우는 책이 아닙니다. 아껴 둔 고급 초콜릿 상자처럼,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맞춰 한 편씩 꺼내 음미하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직접 읽고 정리한 상황별 '감상 페어링'을 공유합니다.

  • 출근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체이서」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때 읽으세요. 짧고 강렬한 몰입감이 잠든 감각을 깨워줄 겁니다. 주인공의 절박한 질주가 버스의 덜컹거림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 🌙 잠이 오지 않는 새벽 2시: 「굿바이 크리스마스」
    세상 모두가 잠들고 나만 깨어있는 듯한 고요한 밤. 이 소설이 가진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정취가 당신의 불면을 다정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 🤖 미래가 막막하고 불안할 때: 「멸종과 생존」, 「해피 앤드」
    SF적 상상력이 현실의 불안을 잠시 잊게 해줍니다. 먼 미래를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랑과 기억"이라는 뻔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확인해 보세요.

 

한적한 카페 창가에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여운을 즐기는 독자의 손을 담았습니다. 배경은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처리하여 책과 손의 온기에 집중되도록 연출했습니다.
한적한 카페 창가에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여운을 즐기는 독자의 손을 담았습니다. 배경은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처리하여 책과 손의 온기에 집중되도록 연출했습니다/출처: AI 생성 이미지

 

6. 총평: 결국 남은 것이 '나'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제 지난날들을 영화 필름처럼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스쳐 간 수많은 인연들, 미숙해서 놓쳐버린 기회들, 그리고 영원할 줄 알았으나 끝내 이별을 고해야 했던 순간들. 그때는 그 상실이 내 삶을 구멍 내고 망가뜨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지혁 작가의 시선을 빌려 다시 보니 알겠습니다. 그 구멍들이 모여 내가 숨 쉴 수 있는 '틈'이 되었고, 그 틈으로 새로운 바람과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 책은 독자에게 묻지 않고, 다만 보여줍니다. 상처가 어떻게 무늬가 되는지, 떠난 사람이 어떻게 내 안에 집을 짓고 사는지. 문지혁 작가는 "당신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조용히 묻습니다.

만약 지금 무언가를 잃고 마음 한구석이 시린 분이 계신다면, 이 책이 건네는 다정한 안부를 꼭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당신에게 주고 간 것이 지금의 당신을 지탱하고 있음을, 그리고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임을 이 책이 증명해 줄 테니까요.

⭐ 살롱 호스트의 평점: 4.8 / 5.0 (상실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우아하고 다정한 방식)

⚠️ 본문 내용 및 이미지는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 주십시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