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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테인먼트

드라마 트라이, 종영한 지 5개월이나 지났지만 굳이 리뷰 쓰는 이유

by 이슈로그 편집장 202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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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라이, 종영한 지 5개월이나 지났지만 굳이 리뷰 쓰는 이유

창문을 때리는 1월의 칼바람 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지난여름 우리의 땀샘을 폭발하게 했던 그 드라마가 사무치게 그리워졌습니다. 네, 바로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이야기입니다.

보통 드라마 리뷰는 '막방' 직후에 써야 소위 '조회수 빨'을 받는다고들 하죠.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다들 패딩 속에 웅크린 채 무기력해진 이 계절에, 그 흙먼지 날리고 피 냄새나던 청춘들의 질주만큼 확실한 심폐소생술은 없으니까요.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건 '실패한 어른과 깨어진 아이들이 서로를 껴안고 뒹구는, 가장 투박한 구원 서사'입니다.

1. 뜨거웠던 여름의 기록들

(아직 정주행 전인 분들을 위해, 팩트만 건조하게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목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2025)
방송사 SBS (금토 드라마)
방영 기간 2025.07.25 ~ 2025.08.30 (12부작)
출연진 윤계상(주가람), 임세미(배이지), 김요한(윤성준) 외
다시보기 Wavve, Disney+
"전진하려면, 뒤로 던져라."
- 럭비의 유일한 규칙이자, 12화 내내 우리 가슴을 후벼팠던 메시지입니다.

2. 윤계상의 주가람이 특별한 이유

스포츠 드라마의 성공 공식은 뻔합니다. 오합지졸 팀, 괴짜 감독, 기적의 역전승. <트라이>도 이 클리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이 뻔한 재료를 '미슐랭급' 요리로 만든 건, 전적으로 배우 윤계상의 '눈빛' 덕분이었습니다.

그가 연기한 '주가람'은 약물 파동으로 나락 간 전직 럭비 국대입니다. 초반부, 기자들 앞에서 뻔뻔하게 껌을 씹으며 "돈 벌려고 감독하는데요?"라며 비아냥거리던 그 모습 기억나시나요? 정말 얄미워서 TV를 끄고 싶을 정도였죠.

하지만 제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은 4화 엔딩이었습니다.

 

텅 빈 라커룸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찢어진 유니폼을 주가람이 말없이 꿰매고 있는 뒷모습
텅 빈 라커룸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찢어진 유니폼을 주가람이 말없이 꿰매고 있는 뒷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아무도 없는 라커룸, 아이들이 찢어먹은 유니폼을 서툰 바느질로 꿰매던 그 투박한 손. 인기척이 들리자 황급히 유니폼을 숨기며 짐짓 화난 척 소리치던 그 '어른의 쑥스러움'이 윤계상이라는 배우를 만나 입체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겉으로는 "니들 맘대로 해!"라고 소리치지만, 눈동자는 흔들리는 그 미세한 디테일. 그게 우리를 울렸습니다.

3. 왜 시청률보다 더 뜨거웠나

사실 시청률 지표(최고 7.4%)만 보면 '대박'이라 부르기엔 모자랍니다. 하지만 당시 커뮤니티와 SNS의 체감 온도는 20%를 넘나들었죠. 왜 그랬을까요?

  • BGM 없는 침묵의 힘: 보통 결정적인 순간엔 웅장한 음악이 깔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트라이>는 결정적인 '트라이(득점)' 순간, 모든 음악을 껐습니다. 들리는 건 거친 숨소리와 잔디가 밟히는 소리, 그리고 살과 살이 부딪히는 '퍽' 소리뿐이었죠. 이 날것의 사운드가 주는 전율은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강렬했습니다.
  • 막장 없는 청정 구역: 당시 경쟁작들이 불륜과 복수로 점철되어 있을 때, 유일하게 '땀방울'과 '우정'만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보다 보면 내 몸에서 파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시청자 평이 베플이 될 정도로, 이 드라마의 몰입감은 물리적이었습니다.

4. 럭비, 인생을 배우는 거친 방법

제가 5개월이 지나도록 이 드라마를 놓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럭비'라는 스포츠가 가진 철학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주장 윤성준(김요한 분)이 혼자 공을 들고 적진으로 돌진하다 막히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그때 주가람 감독이 했던 대사는 제 다이어리 첫 장에 적혀 있습니다.

"야 윤성준! 너 혼자 영웅 되려고 하지 마. 네가 살려면 옆에 놈 믿고 공을 뒤로 던져. 그래야 우리가 산다."

'노 포워드 패스(No Forward Pass).'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뒤에 있는 동료에게 공을 패스해야 한다는 럭비의 절대 규칙입니다.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늘 "앞만 보고 달려라", "남을 제쳐라"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말합니다. 혼자서는 절대 골라인에 닿을 수 없다고. 때로는 뒤로 물러서는 용기, 내 공을 남에게 넘기는 신뢰가 있어야 비로소 팀이 전진한다고 말이죠. 이 역설적인 위로가 방영 내내 저를 펑펑 울게 만들었습니다.

 

진흙 투성이가 된 럭비부원들이 스크럼(Scrum)을 짜고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버티고 있다.
진흙 투성이가 된 럭비부원들이 스크럼(Scrum)을 짜고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버티고 있다 / 출처: AI 생성 이미지(인물 참조: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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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닫힌 듯 열린 결말의 여운


최종회, 결국 그들은 전국체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뻔한 환호성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우승 직후, 텅 빈 운동장에 홀로 남은 주가람의 뒷모습을 비춥니다.

그는 또다시 계약이 만료되어 떠나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1화 때의 그 쓸쓸함과는 다릅니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그의 모습 위로 "우리는 기적이 된다"는 내레이션이 깔릴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기적은 트로피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몸을 던졌던 그 여름의 시간' 자체였다는 것을요.

6. 겨울에 만나는 뜨거운 여름

지금 밖은 영하의 날씨지만, 여러분의 마음속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싶다면 지금 당장 OTT를 켜세요.

  •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동료애를 그리워하는 분
  • "이번 생은 망했어"라며 자책하고 있는 분
  • 대사보다 '눈빛'으로 말하는 윤계상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은 분


드라마 메인 포스터
드라마 메인 포스터 / 출처: AI 생성 이미지(원본: 트라이 메인 페이지)

 

5개월 전의 드라마지만, 지금 보면 또 다른 맛이 날 겁니다. 혹시 이 드라마의 숨겨진 명대사 모음이나, 윤계상 배우의 비슷한 결을 가진 다른 작품 추천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또 감성 꾹꾹 담아 답글 달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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