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소름 돋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후기
분명 다 아는 내용인데도, 다시 보는 내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2024년 가을, 우리를 '의심의 지옥'으로 초대했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야기입니다.
어제 우연히 OTT를 켰다가, "딱 1화만 다시 볼까?" 했던 것이 새벽까지 정주행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방영 당시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미친 듯이 달렸다면, 모든 진실을 알고 보는 2회차 관람은 배우들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숨소리마저 들리는 '공포 체험'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형사물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을, 가장 끔찍한 용의자로 의심해야 하는' 한 아버지의 처절한 심리 붕괴 일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이 서늘한 명작의 여운을, 조금 더 깊고 진하게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1. 드라마 기본 정보
화려한 액션 하나 없는데도 10시간 내내 심장을 조여오는 이 작품의 기본 스펙입니다. 특히 제작진의 조합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 장르 | 심리 스릴러, 부녀 서스펜스 |
| 방영 정보 | MBC (2024.10.11 ~ 11.15) / 10부작 |
| 연출/극본 | 송연화 감독 / 한아영 작가 |
| 핵심 주연 | 한석규(장태수), 채원빈(장하빈) |
| 스트리밍 | Netflix, Wavve |
핵심 로그라인: "내 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자신의 딸 하빈(채원빈)을 마주하면서, 완벽했던 그의 세계가 바닥부터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
2. 연기: 한석규와 괴물 신예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단연코 '연기 배틀'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화면을 뚫고 나오는 긴장감에 기가 빨릴 정도였어요.
2.1. 한석규라는 장르, 그리고 '숨소리'
'연기 신(神)' 한석규 배우야 두말하면 입 아프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는 대사가 아니라 '호흡'으로 연기합니다.
딸을 의심하기 시작하며 흔들리는 동공, 억지로 화를 누르느라 거칠어지는 숨소리, 그리고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버지의 처연한 등까지... 특히 딸을 취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프로파일러로서의 냉철함과 아버지로서의 무너지는 마음이 충돌할 때 짓던 그 기괴한 표정은 교과서에 실려야 할 수준이었어요.
2.2. 한석규를 집어삼킨 신인, 채원빈
하지만 더 놀라웠던 건, 그 대배우 앞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던 신예 채원빈(장하빈 역) 배우였습니다.
보통 신인 배우들은 감정을 폭발시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죠. 그런데 채원빈 님은 정반대였습니다. 감정을 완벽하게 소거해버린 '무의미의 표정'으로 한석규 님을, 그리고 시청자를 압도합니다.
"아빠는 내가 정말 범인이라고 생각해?"라고 묻는 장면에서, 그게 억울함인지 도발인지 도무지 읽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모호함. 그 서늘한 눈빛 연기 덕분에 우리는 마지막 화까지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습니다.

3. 연출: 빛과 어둠의 미장센
송연화 감독의 연출은 '세련됨' 그 자체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마치 미술관에 걸린 어두운 유화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3.1. 집인가, 무덤인가
드라마 속 '집'은 안식처가 아닙니다. 감독은 장태수의 집을 마치 '미로'나 '거대한 감옥'처럼 그려냅니다.
인물들은 집 안에서도 서로 거리를 둔 채 어둠 속에 서 있고, 계단 난간은 마치 창살처럼 그들을 가로막습니다. 조명을 최소화하고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샷들은, 인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둠(의심)'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3.2. 침묵을 견디는 힘
요즘 드라마들은 1초도 오디오를 비우지 않으려 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침묵'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대사와 대사 사이, 긴 정적. 그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시청자는 인물들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상상하게 됩니다. BGM조차 절제된 이 적막함이 오히려 웬만한 호러 영화보다 더 큰 공포를 줬습니다.

4. 메시지: 의심이라는 독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
처음엔 범인을 찾으려 혈안이 되어 보게 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범인의 정체보다 더 무서운 주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신뢰의 붕괴'입니다.
4.1. 가장 친밀한 타인, 가족
제목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중의적입니다. 겉으로는 딸 하빈이를 가리키는 것 같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깨닫게 되죠. 진짜 배신자는 '내 가족을 내 잣대로 판단하고 의심했던 태수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것을요.
"네가 죽였니?"라는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되돌릴 수 없이 파괴되는 가족의 관계. 드라마는 그 과정을 현미경처럼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4.2. 프로파일러라는 저주
장태수는 타인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최고의 전문가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딸의 마음은 단 한 줄도 읽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증거와 팩트만 믿는 그의 직업적 습관이, 가족 관계에서는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는지. 그의 무너짐을 보며 저 또한 저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나는 내 소중한 사람을 온전히 믿고 있는가? 하고 말이죠.
5. 대중 반응: 호불호의 진실
방영 당시 커뮤니티 반응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물론 스타일이 워낙 확고해 호불호는 갈렸습니다.
- 극호(Best):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높였다", "용두용미(龍頭龍尾) 그 자체", "작가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등 웰메이드 추리극에 목말랐던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특히 매회 엔딩마다 던져지는 '떡밥'을 해석하느라 시청자들이 단체로 탐정이 되기도 했죠.
- 불호(Bad): "너무 어둡고 기 빨린다", "전개가 느리고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이다 전개나 빠른 숏폼 호흡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흡입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6. 결론: 이런 분께 추천해요
이 드라마는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볼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긴 호흡으로 깊은 여운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 <비밀의 숲>, <괴물> 같은 묵직한 심리 추리극을 인생작으로 꼽는 분.
- 배우들의 눈빛, 숨소리, 손 떨림 같은 '나노 단위 연기'를 음미하는 분.
-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찾는 분.
지금,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나요? 혹은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고 싶나요?
그렇다면 오늘 밤, 불을 끄고 장태수와 장하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당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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