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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부산은 오래전부터 ‘야구의 도시’로 불렸다.
삼미, 태평양, 롯데로 이어지는 구단 역사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시민들의 열정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사직야구장이다.
1985년 개장 이후 부산 야구팬들의 환호와 눈물이 교차한 이곳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성지’라 불릴 정도로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직야구장도 세월을 피할 수는 없었다.
40년 가까이 운영된 현재의 사직구장은 시설 전반이 노후화되어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비를 피할 공간이 부족하며, 여름철엔 온열 질환 위험도 커지고 있다.
KBO 리그가 점점 더 현대화된 인프라로 발전하는 가운데,
사직야구장은 더 이상 ‘명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부산시의회에서는 북항 야구장 신설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구 강철호 시의원이 제안한 이 안은 ‘바다가 보이는 새 야구장’이라는 상징성과 관광 자원화를 내세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편, 기존 사직야구장 재건축도 중앙투자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통과 시에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문제는 두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쪽은 ‘도심의 야구 성지’를 지키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부산의 새로운 상징’을 만들자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 지역 간 갈등과 시민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결국 물음은 단순하다.
재건축이냐, 아니면 북항 신설이냐.
이 글에서는 두 방안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고,
과연 어떤 선택이 부산 야구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길인지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Contents
사직야구장, 재건축이 답일까?
부산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직야구장에서 치맥 한 잔에 목청껏 응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첫 직관의 설렘을, 또 누군가는 마지막 역전패의 아쉬움을 이곳에서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직야구장은 부산 야구의 상징이자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징성 뒤에 가려진 불편과 한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저 시설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어진 지 40년 가까이 지난 이 경기장은 KBO 리그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이며,
전면적인 리모델링 없이 지금까지 버텨온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콘크리트 균열, 낙후된 화장실, 부족한 그늘과 환기 시설 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직사광선 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좌석에서 몇 시간씩 앉아야 하는 관중들은 온열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경기 중 쓰러진 관중도 있었고,
비가 오면 피신할 공간이 거의 없어 팬들은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켜야 했다.
현대적인 관중 친화 환경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추산된 예산은 약 3,400억 원.
재건축 방식은 기존 부지를 활용하되, 최신 설비와 디자인을 반영한 '스마트 야구장'으로 바꾸는 계획이다.
중앙정부의 투자심사가 통과되면 2026년 착공,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히 재건축이 정답’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존 지역 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시민들의 익숙한 이동 동선이나 접근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사직야구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정서와 소상공인 생계 문제는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재건축이 임시 이전 없이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한창 시즌 중에 경기장을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임시 이전하거나 수년간 원정 위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팬 이탈과 흥행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지금의 부지에 재건축을 한다면, 주차 문제나 확장성 한계는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좁은 도로, 교통 체증, 인근 주거지와의 거리 문제 등은
새롭게 짓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주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정서적, 상징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람 환경 개선과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보면
과연 이 선택이 가장 좋은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북항 야구장 신설, 새로운 미래인가?
부산 북항은 지금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재편되고 있다.
부산역에서 내려 바다 쪽으로 걸어가면 한때 낡은 창고와 부두로 가득했던 공간이
이제는 고층 복합시설, 해양박물관, 컨벤션센터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곳에 ‘바다가 보이는 야구장’을 짓자는 구상이 나왔다.
단순히 경기장을 넘어서, 부산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주장을 공식적으로 꺼낸 인물은 부산 동구의 강철호 시의원이다.
그는 40년 된 사직야구장이 비를 피할 공간도, 더위를 막을 시설도 없어
현대 스포츠 환경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북항에 새로운 야구장을 짓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제안은 곧 "북항 신설 vs 사직 재건축"이라는 양자택일 구도로 불붙게 된다.
북항 신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관광 자원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야구장은 그 자체로 도시의 브랜드가 된다.
야구장을 찾는 팬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항은 기존 항만시설을 재개발한 지역이라 넓은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주차, 교통 동선, 주변 숙박·상업시설과의 연계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북항에 야구장이 실제로 들어선다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오라클 파크처럼
부산만의 바다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해양 야구장’이 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그 풍경은 부산 야구의 새로운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북항 신설은 예산 문제에서부터 큰 벽에 부딪힌다.
부산시가 추산한 사직야구장 재건축 예산이 약 3,400억 원이라면,
북항 신설은 최소 2조 원, 많게는 그 이상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 정도 규모는 단순한 ‘스포츠 인프라 확장’을 넘어서
부산시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북항은 지금도 외자 유치와 고급 복합단지 조성이라는 개발 목표를 안고 있다.
이런 곳에 공공 체육시설을 넣는다는 것이,
민간 투자자나 개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저하’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야구장을 지을 부지가 아니라 외국자본 유치가 필요한 땅”이라는
동구 주민과 일부 전문가들의 반론도 적지 않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야구장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인가다.
북항 신설이 멋지고 상징적일 수는 있지만,
팬들과 얼마나 가깝고, 일상적으로 찾기 쉬운 장소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도 사직야구장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 도시 내 야구 인프라와 접근성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북항 야구장 신설은 “꿈의 구장”이라는 이상적인 그림을 실현할 기회다.
부산을 다시 한번 야구의 도시로,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스포츠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장애물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정말 이곳에 야구장을 지을 수 있는가, 그리고 지어야만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아직 누구에게도 명확하지 않다.
부산 야구, 갈등 아닌 시너지로 가야 한다
사직야구장 재건축이냐, 북항 신설이냐.
이 논쟁은 단순한 공간 배치나 도시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지역 간 자존심과 정치적인 셈법, 그리고 부산 야구의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뜨거운 이슈가 되어버렸다.
특히 사직야구장이 위치한 동래구와 신설이 논의되는 동구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동래구 주민과 상인들은 “사직야구장이 사라지면 주변 상권이 무너진다”고 주장하고,
반면 동구에서는 “북항 개발의 상징이 필요하다”며 야구장 유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지역 간의 ‘제로섬 게임’은 결국 부산 전체에 손해를 안긴다.
야구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고, 구단은 지역의 응원과 지지를 먹고 자란다.
그런데 야구장을 둘러싸고 부산 시민들끼리 갈등하고 반목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야구장인가?
더 큰 문제는 정치의 개입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시의원들과 구청장 후보들이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감정적인 프레임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야구장을 지키겠다”,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구호 뒤에는
정작 시민 의견 수렴이나 장기적 도시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수록 필요한 건 ‘결단’이 아니라 협력의 틀이다.
예를 들어, 사직야구장은 보존하고 북항에는 제2의 연습경기장이나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식의 병행 구상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야구장 하나로 도시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두 구역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나 상호 보완적인 개발 방향을 통해
‘야구 도시 부산’이라는 정체성을 더 넓고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팬의 목소리다.
재건축이든 신설이든, 가장 우선되어야 할 기준은
과연 그 공간이 팬들에게 더 나은 야구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맑은 바닷바람을 느끼며, 안전하게 응원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사직이든, 북항이든,
팬들이 마음 놓고 야구를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정답일지도 모른다.
부산은 KBO에서 가장 독보적인 팬덤을 자랑하는 도시다.
이런 부산에서 야구장을 두고 지역이 나뉘고, 시민들이 나뉘는 상황은
오히려 그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이제는 ‘어디에 지을까’를 넘어, ‘어떻게 함께 갈까’를 고민할 때다.
사직의 정서와 북항의 가능성, 두 가지 모두를 품는 전략이 필요하다.
야구는 본래 팀 스포츠다.
부산도 이 갈등을 승패 없는 시너지의 경기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맺음말
부산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건 삶이고, 문화고, 기억의 한 조각이다.
누군가는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사직야구장에 들어섰던 날을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목청껏 응원하다 목이 쉬었던 여름밤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사직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부산 사람들의 감정이 오고간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공간을 두고 깊은 고민의 기로에 서 있다.
재건축이냐, 신설이냐.
사직을 지킬 것이냐, 북항에 새로운 상징을 만들 것이냐.
이 문제는 단지 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의 방향성까지 함께 논의돼야 할 큰 주제다.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하자는 의견에는 역사성과 지역 경제, 현실성이 담겨 있다.
반면 북항 신설론은 상징성과 도시 이미지, 관광 산업의 확대라는 비전을 품고 있다.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만큼,
더더욱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보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교한 설계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건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존재다.
화려한 설계도, 멋진 조감도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과연 이 야구장이 팬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맑은 바닷바람을 느끼며, 안전하게 응원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사직이든, 북항이든,
팬들이 마음 놓고 야구를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정답일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직야구장을 지키고 싶다.
그곳에서 수없이 많은 기억을 만들었고,
여전히 야구장 입구에서 들리는 응원가와 군것질 냄새에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부산만의 특별한 야구 문화를 새롭게 그려보는 상상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결국,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북항 신설은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부산 야구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야구장 하나를 짓는 문제가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팬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관람하길 원하고,
구단은 안정적인 수익과 충성도 높은 팬 유치를 원한다.
부산시는 도시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한 가지,
제발 이 문제에 정치가 너무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누가 더 많은 표를 얻을지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야구는 팀워크다.
한 사람의 홈런보다 중요한 건 팀 전체의 연결 플레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사직과 북항, 동래구와 동구,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일 때,
우리는 더 멋진 야구장을, 더 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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