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견귀방 김재이 작가 스릴러 소설 리뷰
안녕하세요, 문화 살롱의 호스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리뷰를 쓰는 지금도 등 뒤가 서늘합니다. 2026년 상반기 문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문제작, 김재이 작가의 <견귀방(見鬼房)>. 처음엔 그저 흔한 오컬트물이겠거니 했습니다. "귀신 보는 방? 뻔하잖아."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죠. 하지만 그게 제 실수였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닙니다. 활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늪입니다. 지난 이틀간 저는 이 책 때문에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졌고, 멀쩡한 제 방 천장을 몇 번이나 올려다봐야 했습니다. 왜 이토록 많은 독자가 '견귀방 앓이'를 호소하는지, 그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체험을 날것 그대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목차]
1. 내 방이 두려운 이유
지금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보면 온통 '위로'와 '힐링' 뿐입니다. 다들 지쳐있다는 증거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한복판에서 이 지독하게 불안한 소설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2026년의 우리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고립된 개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견귀방>은 바로 그 '고립된 개인의 공포'를 정확히 타격합니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혹은 믿어야만 하는) 공간인 '내 방'이, 사실은 나를 조여오는 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죠.
재개발을 앞두고 텅 비어가는 낡은 빌라, 밤마다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단절감. 소설 속 배경인 '장미 맨션'은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6년 대한민국의 서늘한 자화상입니다. 작가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빌려, "당신은 지금 그 방에서 정말 혼자입니까?"라고 묻고 있는 듯합니다. 이 질문이 주는 현실적인 공포가 독자들의 뼈를 때리는 것입니다.
2. 귀신보다 무서운 흔적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분위기만 살짝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주인공 '서진'은 소리에 예민한 사운드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싼 월세에 혹해 들어간 장미 맨션 404호. 동네 노인들이 혀를 차며 피하던 그곳에서, 서진은 입주 첫날부터 이상한 기류를 감지합니다.
보통의 공포 소설이라면 이쯤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튀어나와야겠죠. 하지만 김재이 작가는 훨씬 더 영리하고 잔인합니다. 귀신 대신 '이전 세입자의 흔적'을 하나씩 노출시킵니다. 벽지 뒤에 숨겨진 곰팡이 슨 일기장, 배수구에서 나온 엉킨 머리카락 뭉치, 천장 구석에 남겨진 손톱자국 같은 것들 말이죠.
이 소설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의심의 빌드업'입니다. 서진이 듣는 소리가 진짜 귀신의 소리인지, 아니면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독자조차 헷갈리게 만듭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진의 신경증은 독자에게 전염됩니다. 저도 중반부를 읽을 땐, 제 방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마저 누군가의 신음처럼 들려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해야 했을 정도니까요. 이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독자의 신경을 갉아먹는 심리 테스트에 가깝습니다.
3. 소리가 빚은 공포
제가 이 책에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을 준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소리(Sound)에 대한 미친 묘사력' 때문입니다. 주인공 직업이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작가는 시각적인 공포보다 백 배는 더 무서운 '청각적 공포'를 텍스트로 구현해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28페이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젖은 걸레로 칠판을 닦을 때 나는 듯한, 눅눅하고 끈적한 마찰음이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귀 옆에서 진짜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김재이 작가는 '쿵쿵' 같은 단순한 의성어를 쓰지 않습니다. '오래된 파이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 '누군가의 입안에서 혀가 질척이는 소리' 처럼, 오감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병적인 묘사를 쏟아냅니다.

이것은 마치 글자로 하는 ASMR 같습니다. 단,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듣기 싫어서 귀를 틀어막고 싶은 소리들로만 채워진 ASMR이죠. 스티븐 킹이 시각적인 잔혹함으로 승부했다면, 김재이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로 독자의 상상력을 고문합니다.
4. 죄의식의 곰팡이
이 작품에서 '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주인공 서진의 무너져가는 내면을 시각화한 또 하나의 주인공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상징은 '검은 곰팡이'입니다.
처음엔 벽지 귀퉁이에 작게 피어있던 곰팡이는 서진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회피할수록 점점 방 전체로 번져갑니다. 아무리 락스를 뿌리고 박박 문질러 닦아내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더 크고 짙게 피어오르는 그 검은 얼룩들. 그것은 서진이(그리고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죄책감과 후회의 은유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이 덮어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벽지 뒤에서 숨죽인 채 자라나고 있다."
소설 후반부, 곰팡이가 벽을 넘어 천장까지 뒤덮을 때 느껴지는 그 질식감은 압도적입니다. 물리적인 공간이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치환되는 순간, 독자는 서진과 함께 404호에 갇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5. 절대 혼자 읽지 마세요
이 책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호스트로서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제안합니다.
첫째, 절대 새벽 2시 이후에는 읽지 마세요.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이 책의 활자들은 살아 움직입니다. 작은 생활 소음도 공포로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해가 떠 있을 때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둘째, 이어폰을 끼지 마세요. 평소엔 독서용 BGM을 추천하지만, 이 책만큼은 예외입니다.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면 책 속의 환청이 더 선명하게 들리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제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끼고 읽다가 뒤에서 누가 어깨 치는 느낌을 받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셋째,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땐 피하세요.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주인공의 감정에 지나치게 동화되어 며칠간 후유증을 앓을 수 있습니다.
6. 책을 덮은 뒤의 이야기
마지막 페이지의 그 충격적인 반전(입이 근질거리지만 참겠습니다)을 보고 책을 덮은 뒤, 저는 한동안 멍하니 책상만 바라봤습니다. 보통 스릴러 소설은 범인이 밝혀지면 긴장이 풀리기 마련인데, <견귀방>은 다릅니다. 책을 덮는 순간, 내 방의 모서리, 옷장 틈새, 침대 밑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귀신이 있다, 없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어떤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어떤 '괴물'을 키우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독자의 가슴에 심어놓습니다.
어쩌면 진짜 공포는 404호에 있는 게 아니라, 매일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을 달래는 우리들의 텅 빈 눈동자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 총평과 여운
김재이 작가의 <견귀방>은 2026년 한국 문학이 거둔 쾌거이자, 가장 위험한 수작입니다.
빈틈없이 짜인 서사, 숨 막히는 서스펜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올여름, 뻔한 공포영화에 질리셨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드세요. 단, 그 대가는 며칠 밤의 불면일 수도 있습니다.
별점: ★★★★☆ (4.5 / 5.0)
"가장 완벽한 밀실은 잠긴 문이 아니라, 닫혀버린 당신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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