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신작 리뷰
2026년 2월, 혹시 지금 '월요병'보다 더 지독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계신가요?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으로 갈려 나가는 기분, 한 번쯤 느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문화 살롱에서 다룰 작품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해독제,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신작 리뷰입니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S대 대학원. 겉보기엔 우아한 백조들의 호수 같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발버둥이, 아니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 소설은 "칼을 든 친구와 협박당하는 친구"라는 기막힌 관계성을 통해, 잃어버린 고양이 한 마리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어떻게 엘리트 집단을 붕괴시키는지 보여줍니다. 한국형 캠퍼스 누아르의 정점이자, 독립출판계의 전설이 귀환하여 완성한 이 세계관. 단순한 소설 리뷰가 아니라, 답답한 현실을 타파할 '통쾌한 대리 만족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도서 정보]
- • 도서명: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고블 씬북 002)
- • 저자: 정지윤
- • 출판사: 고블
- • 출간일: 2026년 1월 9일
- • 장르: 한국 소설 / 미스터리 / 스릴러 / SF 연작소설
- • 페이지: 288쪽 (추정)
- • 키워드: 대학원생, S대, 블랙코미디, 고양이, 마약, 방화, 역사물리학
1. 정지윤, 전설의 귀환
"나만 알고 싶은 인디 밴드가 갑자기 슈퍼스타가 되어 돌아왔을 때의 기분." 정지윤 작가의 이번 신작을 받아든 제 심정이 딱 그랬습니다. 정지윤은 데뷔작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을 통해 한국 장르 문학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던 작가입니다. 하지만 찐 팬들 사이에서 진정한 '전설'로 회자되는 작품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2020년대 초, 독립출판물로 소량만 찍어냈던 그의 초기 단편들입니다.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중고 장터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던 그 '유니콘' 같은 단편들「거짓말쟁이 고양이 보고서」, 「그을린 올가미」, 「한국역사물리학의 기원과 발전」이 마침내 2026년 1월, 고블 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씬북'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단순히 옛 원고를 재탕한 것이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작가는 이 보석 같은 초기작들에 신작 단편 3편을 더해, S대라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시공간을 구축했습니다.
과거의 파편들이 정교하게 조립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마블 유니버스의 탄생을 목격하는 것만큼이나 짜릿합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가슴 벅찬 선물이자, 작가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한국에 이런 작가가 있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 완벽한 입문서입니다. 2026년의 시작, 우리는 정지윤이라는 장르의 확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2. 고양이 실종과 지옥도
거대한 재난 영화도 시작은 언제나 사소한 균열입니다. 댐에 생긴 작은 금 하나가 도시를 삼키듯, S대 대학원생들에게 닥친 지옥도 역시 아주 사소한, 그러나 치명적인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교수님의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것.
일반 직장인에게 상사의 반려묘 가출은 안타까운 가십거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S대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는 생사여탈권을 쥔 제왕입니다. 학위 논문 심사, 졸업, 그리고 그 이후의 진로까지 모든 목줄을 쥐고 있는 교수에게 "고양이를 잃어버렸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은, 곧 "제 인생을 여기서 끝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절박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공포입니다.
작가는 이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을 블랙 코미디의 정수로 승화시킵니다. 패닉에 빠진 대학원생들은 고양이를 찾기 위해 캠퍼스를 뒤지다 못해, 급기야 '비슷하게 생긴 가짜 고양이'를 구해와 교수를 속이려는 대담한 사기극을 기획합니다. "졸업만 시켜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그들의 비명 섞인 농담이 현실이 되는 순간, 독자는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어떻게 엘리트들의 위선과 바닥을 드러내는지 지켜보십시오. 그것은 우리 사회 '을'들의 처절한 생존기이자,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3. 지성인의 원초적 범죄
흔히 S대라고 하면 고고한 학문과 지성적인 토론이 오가는 상아탑을 상상하실 겁니다. 하지만 정지윤 작가가 설계한 S대의 토요일은 고담 시티의 뒷골목보다 더한 무법천지입니다. 고양이 소동이 휩쓸고 간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마약 제조, 연구실 방화, 그리고 의문의 폭발 사고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야만적인 범죄의 주체들이 바로 대한민국 상위 0.1%의 두뇌들이라는 점입니다.
소설은 여기에 근미래 SF적 요소를 한 스푼 더해, 범죄의 양상을 기묘하게 비듭니다. 그들은 홧김에 불을 지르지 않습니다. 물리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가장 완벽하고 올바른 방화'를 설계합니다. 마약을 제조하면서도 성분 배합의 오차와 실험 데이터의 정합성을 따지는 그들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특히 가상의 학문인 '한국역사물리학'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작가의 상상력이 폭발하는 지점입니다. 역사와 물리학을 섞어 놓은 듯한 이 기괴한 학문이 학내 정치와 어떻게 얽히는지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장 비이성적인 폭력. 작가는 묻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성은 구원인가?" 아니요, 이 소설에서 지성은 더 교묘한 범죄를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엉성하고 인간적인 빈틈을 보이는 이 '엘리트 범죄자'들을 마냥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일탈은 억눌린 우리 내면의 파괴 본능을 대신 실현해 주는 카타르시스이기 때문입니다.

4. 칼 든 친구와의 우정
“나 좀 도와줘. 우린 친구잖아.”
“그래. 넌 칼을 든 친구지. 난 협박당하는 친구고.”
저는 이 대사를 읽는 순간, 무릎을 탁 쳤습니다. S대 대학원생들, 아니 어쩌면 현대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 속의 '친구'들은 낭만적인 우정으로 뭉친 사이가 아닙니다. 서로의 치부를 알고 있고, 내 이익을 위해 언제든 상대를 팔아넘길 준비가 되어 있는, 하지만 공동의 적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입니다.
학내에 깊숙이 침투한 사이비 종교 단체와 정체불명의 조직 '좋은 친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첩보물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치닫습니다. 오합지졸 같았던 대학원생들은 각자의 전공 지식과 생존 본능을 무기로 거대한 악에 맞서기 시작합니다. 칼을 든 친구와 협박당하는 친구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의 하모니,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주는 '버디 무비'로서의 쾌감입니다.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필요가 다하면 끊어질 관계지만, 지옥 같은 S대에서 그들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동아줄이 바로 그 '가짜 우정'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등을 맡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서늘한 감동을 느낍니다. 우리네 사회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기에, 그들의 비뚤어진 연대에 묘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것이겠죠.
5. 연결된 세계관의 전율
이 소설집의 진정한 묘미는 '큰 그림'을 발견하는 순간 찾아옵니다. 개별적인 단편인 줄 알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A 단편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조연이 B 단편의 흑막으로 등장하고, C 단편의 화재 사건이 D 단편의 미스터리를 푸는 결정적 열쇠가 되는 식입니다.
정지윤 작가는 흩어져 있던 독립출판 시절의 퍼즐 조각들을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재설계했습니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학내 비리와 사이비 종교의 실체는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척추 역할을 합니다. 작가가 창조한 S대라는 세계관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욕망과 비리,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기형적인 희망이 얽히고설킨 하나의 생태계처럼 살아 숨 쉽니다.
특히 마지막 장인 <보급형 친구와 함께한 토요일>에 이르면, 그동안 쌓아올린 서사적 긴장감이 폭발하며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2026년의 시작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온 이 책은 '정지윤 유니버스'의 완결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신호탄입니다. 좁은 연구실에서 시작해 우주적인 상상력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힘,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지윤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6. 총평 및 독서 가이드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는 2026년 상반기, 한국 장르 소설이 거둔 가장 빛나는 성취입니다. '대학원 미스터리'라는 전무후무한 소재를 발굴하여, 그 안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SF적 상상력, 그리고 장르적 재미를 황금비율로 배합해냈습니다. 페이지가 닳도록 넘어가는 압도적인 몰입감은 덤입니다.
이 책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금요일 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따고 읽으세요.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울분을, S대의 악당들이 대신 질러주는 비명으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현실보다 더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며, 역설적으로 묘한 위로와 해방감을 느끼게 될 테니까요. 단, 책을 읽고 난 뒤 늦은 밤 학교 연구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질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추천 대상]
- 논문과 교수님 때문에 탈모가 올 것 같은 대학원생 (격한 공감 주의)
- 조직 생활의 부조리에 지쳐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 직장인
- 정교한 플롯과 한국적인 정서가 살아있는 스릴러를 찾는 장르 문학 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정지윤 작가의 전작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작가의 초기 스타일 비교)
-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 (판교 테크노밸리의 애환과 S대의 지옥도를 비교해보는 맛)
호스트의 한 줄 평: "지성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가장 야만적이고도 우아한 생존 투쟁기. 2026년 필독서 등극!"
별점: ★★★★☆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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