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소설 다나, 박서영 저자 신작 리뷰
한국소설 다나는 2026년 1월 30일, 민음사의 간판 시리즈인 ‘오늘의 젊은 작가’ 라인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박서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2월 17일, 겨울의 끝자락이라기엔 아직 바람이 매섭고 봄이라 부르기엔 황량한 오늘, 이 책을 펼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날씨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앙상한 가지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만이 가득한 숲처럼, 우리 내면의 가장 고요하고도 서늘한 곳을 건드리는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심리적 재난'입니다. 인간과 짐승,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존재들을 통해, 우리가 믿어왔던 '인간성'이라는 신화에 균열을 내는 이 책. 문화 살롱의 베테랑 호스트로서, 왜 지금 우리가 이 불편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 내밀한 이유를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 작품 정보 (Info)
- • 도서명: 다나
- • 지은이: 박서영
- • 출판사: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 • 출간일: 2026년 1월 30일
- • 분야: 한국소설 / 장편소설 / 사회비판 / 미스터리
- • 정가: 17,000원
- • 핵심 키워드: #반인반수 #모녀서사 #사회적타살 #혐오의메커니즘
1. 기묘한 상상력의 확장판
박서영 작가를 기억하시나요? 2017년 「윈드밀」로 등단했을 때부터 그녀는 한국 문단에서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로 통했습니다. 저 역시 그녀의 초기 단편들을 읽으며 몇 번이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었죠. 현금 지급기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는 옛 애인(「우천 시 다이빙」)이나, 원인 모를 병으로 피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언니(「나경」)를 그려냈던 그 솜씨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존적 불안으로 인해 육체가 비틀리거나 변형되는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번 첫 장편소설 한국소설 다나는 작가가 지난 9년간 천착해 온 그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작품입니다. 단편이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주었다면, 이번 장편은 거대한 해머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의 바닥을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줍니다. 작가는 '반인반수'라는 다소 장르적인 설정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와,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문제를 아주 낯설고 기이한 방식으로 비틀어 보여줍니다. 민음사가 이 작품을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자신 있게 내놓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이것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박서영이라는 작가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가장 서늘하고도 묵직한 출사표이기 때문입니다.
2. 반인반수, 경계의 비극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나'는 인간과 가상의 짐승 '다나'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입니다. 엄마인 '다나'는 지구상 마지막 미지의 열대 섬에서 발견된 생명체로, 겉모습은 인간과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실험 끝에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죠. 인간들은 처음엔 이 신비로운 존재에 열광하며 '보호종'으로 모셨지만, 다나가 숲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의 숙주임이 밝혀지자 태도는 180도 돌변합니다. 숭배의 대상에서 하루아침에 박멸해야 할 '유해조수'가 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인 우리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 '나'는 인간의 손에 길러져 인간의 언어를 쓰고, 인간처럼 사고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혈관 속에는 지울 수 없는 짐승의 피가 흐르고 있죠. '나'는 완벽한 인간도, 그렇다고 완전한 짐승도 아닌 경계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본성을 의심하고 검열합니다. "내 안의 짐승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일종의 '반인반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혹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가면을 쓰나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진짜 나'를 억누르고 살아가는 모습.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가면 뒤에 숨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2026년 현대인들의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은유하고 있습니다.
3. 엄마를 사냥하는 딸
이야기의 엑셀러레이터는 동물원에 갇혀 있던 유일한 '다나'인 엄마가 탈출하면서 밟힙니다. 정부는 즉각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죠. 국토의 70%가 산이고, 그 산의 대부분이 소나무인 대한민국에서, 소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병을 옮기는 다나의 존재는 곧 '국가의 적'입니다.
여기서 가장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인간 사회에 편입되어 '정상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딸 '나'가, 숲으로 도망친 엄마를 직접 찾아 죽이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추격 스릴러가 아닙니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비인간성'을 부정하고,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잔혹한 통과의례입니다. 딸이 엄마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이 설정은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할 만큼 강렬하고 처절합니다.
엄마를 쫓는 여정은 서울이 아닌 지방의 쇠락한 마을들로 이어집니다. 인구 소멸로 텅 빈 마을, 그곳을 채우는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방역복을 입고 나무를 베어 넘기는 사람들. 작가는 이 로드무비를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감춰진 한국 사회의 그림자를 훑어내립니다. '나'는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저 숲속의 괴물이 정말 나의 엄마인가, 아니면 내가 도려내야 할 나의 수치스러운 환부인가?" 이 질문은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목을 조여옵니다.

4. 혐오로 타오르는 숲
한국소설 다나를 단순히 '괴물 잡는 이야기'로 읽는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입니다. 박서영 작가는 '다나'라는 가상의 존재를 프리즘 삼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투영합니다.
소설 속에서 다나는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언론은 다나의 위험성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대중의 공포를 먹잇감 삼고, 사람들은 다나를 '암컷'이라 부르며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통제하려 듭니다. 이 모습, 어디서 많이 보지 않으셨나요? 특정 질병의 매개체라며 낙인찍혔던 사람들, 혹은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받아들여졌다가 문제가 생기면 가차 없이 추방당하는 이방인들의 모습과 겹쳐지지 않나요?
작가는 '소나무'라는 한국적인 상징을 아주 영리하게 사용합니다. 우리에게 소나무는 민족의 기상이자 지켜야 할 신성한 자연이죠. 하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그 '신성한 소나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다나를 잔혹하게 사냥하고 숲을 파헤칩니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타자를 배제한다"는 이 섬뜩한 순혈주의 논리. 작가는 묻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진짜 생태계 교란종인가? 숲을 병들게 하는 짐승인가, 아니면 그 짐승을 핑계로 숲을 베어내는 인간의 광기인가?" 이 서늘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됩니다.
5. 몰입을 위한 디테일 가이드
이 책은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닙니다. 베테랑 호스트로서, 이 소설의 밀도를 200% 흡수할 수 있는 '실전 독서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 🎧 배경음악(BGM)의 힘을 빌리세요: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서 '겨울 숲 바람 소리' 혹은 'Deep Dark Forest Ambience'를 검색해 배경음악으로 깔아두세요. 가사가 없는 저음의 현악기 연주곡도 좋습니다. 청각적 자극이 더해질 때, 소설 속 숲의 한기와 주인공의 거친 숨소리가 여러분의 방 안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 🪞 '뉴스'가 아닌 '거울'로 읽으세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나오면 잠시 멈추세요. 그리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격리'한 적은 없는가?" 주인공의 독백을 나의 고백처럼 읽어내려갈 때, 이 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철학적 에세이가 됩니다.
- 🔗 작가의 '유니버스' 연결하기: 이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작가의 등단작 「윈드밀」을 찾아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작가가 20대 때 고민했던 '불안'이 30대가 되어 어떻게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박서영 월드가 완성되는 쾌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6. 책을 덮고 난 후의 변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여러분은 아마도 창밖의 가로수,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방인,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문제적 존재'들을 예전과 똑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입니다. 박서영 작가의 한국소설 다나는 우리 눈을 가리고 있던 '편견'이라는 두꺼운 막을 아주 거칠게, 하지만 확실하게 찢어놓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다 잘 될 거야"라고 등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부끄럽게 만들며, 아픈 곳을 찌르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상처가 났을 때 소독약을 바르면 쓰라리듯, 그 통증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윤리적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2026년 2월,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힘겨워하는 모든 '다나'들에게, 그리고 내 안의 다나를 숨기기 위해 오늘도 가면을 고쳐 쓰는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다나의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이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세계의 경계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허물어질 것입니다.
[문화 살롱 호스트의 한 줄 평]
"괴물을 사냥하러 떠난 숲에서, 결국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올해 가장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걸작."
[별점] ★★★★☆ (4.8 / 5.0) -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진실의 무게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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