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소설 리뷰 및 줄거리
노 이모션 이서현 소설 리뷰 및 줄거리를 찾아오신 여러분, 어서 오세요. 문화 살롱의 문을 엽니다. 혹시 오늘 하루, "감정 낭비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올리거나 마음속으로 되뇌신 적은 없으신가요? 우리는 종종 효율을 위해, 혹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곤 합니다. 여기,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든 세상이 있습니다. 감정을 수술로 도려낸 채 완벽한 효율만을 추구하는 사회, 이서현 작가의 SF 장편소설 《노 이모션(No Emotion)》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 소설이 아닙니다. 매일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하는 우리네 '감정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질문입니다. "당신의 무표정은 정말 안녕하십니까?"

[도서 정보]
- 도서명: 노 이모션 (No Emotion)
- 지은이: 이서현
- 출판사: 해피북스투유
- 분야: 한국소설 / SF / 디스토피아
- 수상: 2020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제1회 림 문학상 수상 작가
- 키워드: 감정제거술, 편도체, 감정노동, 번아웃, 인간성 회복
[목차]
1. 이서현 작가가 축조한 '감정 없는 낙원'
소설의 첫 장을 펼치면, 작가 이서현이 정교하게 설계한 세계가 독자를 맞이합니다. 이곳은 모든 것이 깔끔합니다. 거리에서 고성방가가 들릴 일도 없고, 누군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볼썽사나운 꼴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뇌의 편도체 일부를 조작하는 '감정 제거 시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 세계를 '유토피아'인 척 포장된 '디스토피아'로 그려냅니다. 이곳에서 슬픔은 질병이고, 분노는 비효율이며, 기쁨조차 업무에 방해되는 소음일 뿐입니다. 언뜻 보면 우리가 꿈꾸던 '스트레스 없는 세상' 같지 않나요?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화가 나지 않고, 연인과의 이별에도 가슴 앓이 할 필요가 없는 세상. 하지만 작가는 문장 곳곳에 서늘한 냉기를 심어두었습니다. 웃음이 거세된 사람들의 표정은 평온한 것이 아니라, 마치 랍스터 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을 뿐이라는 것을요.
이서현 작가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을 이번 작품에서 극대화했습니다. "감정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더 합리적인 존재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차가운 문체로 "아니오, 우리는 그저 고장 난 기계가 될 뿐입니다"라고 답하는 듯합니다.
2. 감정 제거술, 영혼을 위한 성형수술인가?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롭고도 끔찍한 설정은 바로 '감정 제거술'이 대중화되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리가 쌍꺼풀 수술이나 라식 수술을 하듯, 이 세계의 사람들은 더 나은 '스펙'을 위해 뇌에 칼을 댑니다. 취업 면접에서 "저는 감정을 제거했습니다"라는 말은 "저는 언제나 냉철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라는 최고의 자기소개서가 되죠.
소설 속 거대 기업이자 도시인 '노이모션랜드(No Emotion Land)'는 이러한 수술을 받은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선택된 공간입니다.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우리 또한 사회생활을 하며 '자아'를 집에 두고 출근하지 않나요? "회사에서 감정 내세우지 마"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지 않나요?
작가는 SF적 설정을 빌려, 사실상 이미 '정서적 거세'를 강요받고 있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감정 제거술'이라는 가상의 기술이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시는 독한 술이나, 멍하니 바라보는 스마트폰 스크린, 혹은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집니다.

3. 완벽한 직원 '하리'에게 닥친 버그
주인공 '하리'는 이 시스템이 낳은 최고의 걸작입니다. 그녀는 노이모션랜드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직원으로,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감정적인 동요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녀에게 삶이란 입력된 값을 처리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함수와 같았죠.
하리의 일상은 소름 끼칠 정도로 규칙적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영양분이 완벽하게 계산된 식사를 하며, 오차 없는 업무 처리를 해냅니다.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행하지 않음'을 행복이라 착각하며 살아가죠.
독자인 우리는 하리의 건조한 독백을 따라가며 묘한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의 완벽함은 어딘가 위태롭습니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요. 작가는 하리라는 인물을 통해 '통제된 삶'의 허상을 보여줍니다.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4. 아날로그 편지 한 통이 일으킨 파장
잔잔한 호수 같던 하리의 삶에 거대한 돌멩이 하나가 날아듭니다. 그녀의 서른 번째 생일,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편지' 한 통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데이터로 전송되는 세상에서, 잉크 냄새가 배어 있는 손편지는 그 자체로 '이물질'이자 '오류'입니다.
"생일 축하해, 하리야."
단순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읽는 순간 하리의 신체는 통제를 벗어납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가빠집니다. 이 세계에서 이러한 신체 반응은 곧 '바이러스 감염'과도 같습니다. 하리는 당황합니다. "내가 왜 이러지? 시스템 오류인가?"
이 장면은 소설의 백미입니다. 논리와 이성으로 억누를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텍스트를 통해 종이의 질감, 글씨의 삐뚤빼뚤함,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심'이라는 에너지가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가졌는지 보여줍니다. 편지를 보낸 'L'이라는 인물의 정체를 추적하며 소설은 미스터리 추적극의 긴장감까지 더해집니다.
5. 통제된 시스템 vs 펄떡이는 심장 박동
편지 사건 이후, 하리는 '감정 보유 의심자'로 분류되어 재검사 대상이 됩니다. 이제 그녀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다시 수술대에 올라 튀어나온 감정의 싹을 잘라내고 안락한 노이모션랜드의 시민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감정을 되찾고 추방당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스템의 민낯은 충격적입니다. 노이모션랜드는 단순히 감정을 없애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기억과 과거마저 조작하고 있었음이 암시됩니다. 하리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느꼈던 평온함이 사실은 철저한 세뇌와 망각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이었음을요.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하리의 내적 갈등을 치열하게 묘사합니다. 처음 느껴보는 '슬픔'은 그녀를 아프게 찌르지만, 동시에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명합니다. 처음 느껴보는 '분노'는 그녀를 떨게 만들지만, 부당함에 맞설 용기를 줍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돼지처럼 배부른 노예가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소크라테스처럼 고뇌하는 인간이 되시겠습니까?"

6. 고통조차 끌어안아야 비로소 '나'다
결국 《노 이모션》이 도달하는 결론은 '감정의 복권(復權)'입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만을 좋은 감정이라 여기고, 우울이나 분노는 제거해야 할 나쁜 감정이라 분류합니다. 하지만 이서현 작가는 말합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야 비로소 온전한 '나'가 된다고 말입니다.
하리가 흘리는 눈물은 패배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계 부품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숭고한 선언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오늘 내가 느꼈던 짜증, 우울, 그리고 찰나의 기쁨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들어 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처방전으로 건네드립니다. 조금 아파도 괜찮습니다. 흔들리고 있다는 건, 당신이 그만큼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베테랑 호스트로서 자신 있게 권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여러분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주름진 미간조차도, 붉어진 눈시울조차도 말이죠.
• 한 줄 평: "감정을 잃은 완벽한 낙원보다, 상처받더라도 뜨거운 지옥을 택하겠다."
• 추천 대상: 감정 노동에 지친 직장인, '쿨병'을 강요하는 사회에 지친 현대인,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모든 어른아이.
• 별점: ★★★★☆ (4.5/5.0) - SF적 상상력과 휴머니즘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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