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이슈로그 대표 이미지입니다.

서론

사전투표는 유권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사람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물음 말이다.

 

2025년 6월, 또다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과 관리 미흡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는 불과 이틀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과한 데 이은 두 번째 사과다.
단순한 한 번의 실수로 보기엔,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다.

 

사전투표소 현장의 혼란, 부실한 관리, 납득되지 않는 사례들,
그리고 투표 후 벌어진 후보 사퇴 문제까지.
국민들의 신뢰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더 철저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과연 제도만 남고 신뢰는 사라진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전투표제는 2014년 도입돼 어느덧 12년이 지났다.
이제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본 투표일이 아닌 사전투표를 이용한다.
하지만 투표율이 높아진 만큼, 제도를 운영하는 기준과 시스템도 함께 성장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특히 최근의 사태를 보면, 단지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 자체의 취약함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이번 글에서는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논란의 흐름과 핵심 쟁점,
그리고 국민적 불신이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보려 한다.
단순한 행정 착오로 넘기기에는, 지금의 사전투표제는 너무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반복되는 사과, 되풀이되는 혼선

사과는 반복되었다.
하지만, 혼란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졌다.

 

2025년 6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혼선을 일으킨 점, 부실한 관리로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불과 이틀 전에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단 48시간 만에 두 번의 사과가 연달아 나온 셈이다.

 

과연 이게 정상일까?
중앙선관위라는 기관은 헌법에 근거해 ‘중립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 반대다.
“이번에도 뭔가 수상하다”, “왜 이렇게 투명하지 못한가”라는 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쏟아져 나온다.

 

사실 사전투표를 둘러싼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부정선거 주장을 하는 시민 단체들의 문제 제기,
투표함의 이송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한 통제 실패 사례 등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번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정상적 관리”를 반복해왔다.
결국 이번 사태는 그 반복된 안일함이 부른 필연적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특히 혼란이 컸다.
투표소마다 진행 방식이 달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1시간 이상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어떤 곳은 선관위 직원이 “어디로 가서 투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유권자에게 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리 실패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게다가 노태악 위원장은 “일부 조직적인 방해 행위가 있었다”며
사전투표를 방해하는 단체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 전에 선관위 스스로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신뢰 있게 움직였는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남 탓을 하기엔, 국민이 이미 너무 많이 실망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것은 단순하다.
사과는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사과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전투표 관리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선관위는 또 한 번 “더 철저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믿음을 잃은 유권자에게 그 말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제도 설계 자체의 한계는 무엇인가?

사전투표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 취지는 명확했다.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에게도 공정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즉, 제도의 출발점은 ‘편의’와 ‘참여 확대’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그 편의성이 공정성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전투표는 본투표보다 이틀 앞서 진행된다.
대선처럼 단 한 표가 중요할 수 있는 선거에서,
시간차는 단순한 간극이 아니라 정보 불균형과 판단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A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런데 사전투표가 끝난 뒤, 본투표 전에 A후보가 사퇴하거나 중대한 스캔들이 터졌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표는 사실상 ‘사표(死票)’가 된다.
이미 투표를 마쳤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도 자신의 의사를 바꿀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로도 몇 차례 발생했다.
선거 직전에 특정 후보의 사퇴나 논란이 터졌고,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내 표는 죽은 거냐”며 분노를 토로했다.
물론 후보 사퇴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전투표라는 시스템이 이 사표를 방지할 최소한의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은
제도 설계상의 명백한 허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선거운동 기간의 불균형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대선 기준으로 22일이다.
하지만 사전투표는 이보다 5일 빠르게 치러지기 때문에,
실제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17일만 선거운동을 접할 수 있다.
후보의 정책 발표, TV 토론,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 등 중요한 정보들을
마지막까지 접하지 못한 채 투표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전투표자는 본투표자보다 정보에 뒤처진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동등한 정보 접근’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현재 사전투표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4년 총선 기준, 전체 유권자의 37%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보조 제도가 아니라, 사실상 본투표와 대등한 비중을 가진 축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본투표와 동일한 기준, 동일한 안정성, 동일한 정보환경을
사전투표가 보장받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사전투표제를 없애고
대신 본투표를 금·토·일 3일간 진행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간단하다. 정보 시차를 줄이고, 불신도 줄이자.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며,
여전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만 이어지고 있다.

 

제도를 손보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사전투표율은 높아지고 신뢰는 낮아지는 상황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단순히 “편리해서 좋다”는 논리만으로는 이 제도가 더는 지지를 받기 어려운 시점이다.

국민 불신, 정치권의 대응은?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의 사전투표제는, 단지 관리 미흡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인 ‘민주주의 신뢰’까지 흔들고 있다.

 

최근의 사전투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수로 끝나지 않았다.
온라인과 SNS, 유튜브 등에서는
“사전투표는 조작이 쉽다”, “결과가 이미 정해진 투표다”라는 의혹과 불신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근거 없는 음모론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들이 확산되는 데엔,
선관위가 스스로 신뢰를 쌓지 못한 책임도 크다.

 

특히 반복되는 사과와 해명은
오히려 “계속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도 선관위는 "관리 미흡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야? 도대체 몇 번째야?”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사전투표제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매우 엇갈리고 있다.

 

보수 진영, 특히 국민의힘은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2025년 3월,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대신 본투표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실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정성 회복’과 ‘정보 불균형 해소’를 주된 이유로 내세운다.

 

반면 진보 진영은 사전투표제 자체의 편의성과 참여 확대 효과를 강조하며
“제도 보완은 필요하지만, 폐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전투표 덕분에 직장인, 고령자, 군인, 경찰 등 다양한 계층이
투표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정치권은 입장이 다르고,
그 결과 어떤 제도적 대책도 국회에서 제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 불신은 점점 커지는데, 정치권은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사전투표제를 유지하든 폐지하든,
중요한 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선관위는 사과만 하고, 정치권은 대립만 하는 상황에선
어떤 제도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책임을 넘기는 수준을 넘어, 진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개혁의 핵심은 국민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선거제도는, 어떤 정치적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근본부터 다시 봐야 할 때

투표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건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와 신념이 모여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거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논란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편의를 위해 시작한 제도가
어느새 신뢰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전투표는 편리하다”는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국민이 느끼는 혼란, 불신,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편리함은 중요하지만, 신뢰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반복되는 사과, 통일되지 않은 절차, 정보 격차, 그리고 제도적 허점까지.
그동안 우리가 덮어두었던 사전투표제의 구조적 한계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묻고 있다.
“사전투표제, 이대로 괜찮은가?”

 

이제는 진지하게 답할 시간이다.
정치권은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제도 개혁 논의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선관위는 땜질식 해명과 사과가 아닌,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전면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권자인 국민 스스로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 제도가 나의 한 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내가 행사한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민주주의는 ‘투표’라는 도구 위에 서 있는 제도다.
하지만 그 도구가 흔들릴 때, 모든 원칙과 질서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기에 지금은 단순한 개선이 아닌,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할 순간이다.

 

사전투표제는 과연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가.
이 질문은 단지 선거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본문 내용 및 이미지는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 주십시오.

728x90
반응형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