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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야구심판이 되기까지

이슈로그 편집장 2025.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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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그 대표이미지 입니다

야구 심판이 되기까지 교육과정 소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일종의 예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의 불꽃 튀는 경쟁과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어우러져 하나의 생생한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절대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심판'입니다. 그들은 경기의 흐름을 뒤에서 조율하며,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규칙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수나 감독, 코치 같은 직책에는 익숙한 반면, 심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그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제 아들이 심판이라는 길을 선택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지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점차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지만, 그 관심의 방향이 조금 특별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홈런이나 호수비에 환호할 때, 그는 심판의 판정과 제스처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한 결과보다 그 결과를 만들어낸 '판단'의 과정에 흥미를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는 결국, 야구를 업으로 삼되, 그 중심에서 경기를 이끄는 심판이라는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심판이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가 운영하는 공식 교육과정과 비용, 자격증 취득 절차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며, 그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이 블로그 글은 그런 아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야구 심판이라는 직업이 어떤 교육과정과 준비를 요구하는지, 실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전에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그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려는 가족들에게 이 글이 작은 안내서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아들이 야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현실적인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교육, 강사, 시험 방식, 그리고 실제 준비 과정을 자세히 공유합니다.

 

야구 주심이 삼진아웃을 선언하는 장면
우리 아들도 아마추어 야구심판을 볼 수 있는
수료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심판 보는 모습을 빨리 보고싶네요.

                                                                                                                                                                                                           출처: pexels

 

⚾ 야구 심판을 꿈꾸게 된 동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심판이라는 존재에 유독 깊은 관심을 가지는 이는 드뭅니다. 제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 관심의 방향이 조금 남달랐습니다.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이 홈런을 치는 선수나 역동적인 수비 플레이에 열광할 때, 아들은 중계 화면 너머로 보이는 심판의 움직임과 판단, 그 순간의 손짓과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단순히 승패나 스타 선수의 퍼포먼스를 즐기기보다는, 그 이면에서 경기를 공정하게 지탱하는 심판의 역할에 매료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흥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졌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는 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진로를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계 프로듀서, 스포츠 데이터 분석가, 트레이너 등 다양한 방향을 고민했지만, 결국 끝까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야구 심판’이라는 독특한 길이었습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마추어 경기나 지역 리그 경기를 찾아가 현장에서 직접 심판들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판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며 스스로 공부해 나갔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그 관심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준비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KBO에서 제공하는 심판 교육 과정을 미리 조사하고, 커리큘럼과 교육비, 자격증 취득까지의 전체 로드맵을 세세하게 정리해 나갔습니다. 주말마다 연습장에 나가 혼자 심판 동작을 반복했고, 틈틈이 규칙서를 읽으며 야구의 룰을 완전히 체화하려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 모든 과정이 부모의 권유나 외부의 강요가 아닌, 철저히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나는 야구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직접 이끌어가는 심판이 되어 내 인생을 그라운드 위에서 보내고 싶어요.”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안정된 직업’이 아닌 데다, 주변에서 심판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준비, 현실적 고려를 마친 상태에서 본인의 의지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그가 이 일을 단순한 관심이 아닌 ‘삶의 방향’으로 삼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호기심과 의문이 섞여 있었습니다. “심판이 직업이 될 수 있어?”, “그걸로 생계가 가능해?” 같은 질문들이 따라왔지만, 아들은 오히려 침착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는 심판이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일정한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아마추어 리그, 고교 야구, 더 나아가 프로 무대까지 진출할 수 있는 직업임을 설명하며, 이 분야가 얼마나 전문적인지 조목조목 알려주었습니다. 지식에 기반한 그의 설명은 상대방의 편견을 무너뜨릴 정도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야구 심판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규칙을 아는 사람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신뢰받는 리더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그는 스스로 증명해나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잘 가지 않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길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관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행동으로 옮긴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 자격 시험과 인증 과정

10주간의 혹독한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아들은 본격적으로 자격 시험이라는 관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 끝난다고 곧바로 심판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식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주관하는 필기 및 실기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했고, 이 시험은 단순한 평가가 아닌, 야구에 대한 이해도와 현장 적응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었습니다.

필기 시험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합적인 구조였습니다. 단순한 객관식 문항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답형과 서술형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각 문항은 ‘암기’가 아닌 ‘이해와 해석’을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자가 1, 2루에 있는 상황에서 투수가 보크를 범했을 때, 각 주자의 처리 방법은?”과 같은 문제는 단순히 규칙을 떠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파악하고 규칙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아들은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교육 중 제공받은 교재뿐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들을 정리한 노트를 따로 만들고, 기출 문제를 바탕으로 모의고사까지 구성해 스스로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또 교육생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서로가 놓치기 쉬운 규칙이나 예외 상황들을 점검하고, 서술형 문항에서 논리적 흐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입시를 준비하듯 철저했고, 그의 눈빛에는 어느새 ‘프로페셔널’로서의 각오가 담겨 있었습니다.

실기 시험은 긴장감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실제 야구장에서 진행되었으며, 교육생들은 심판복을 갖춰 입고 심판 배정표에 따라 루심, 주심 등의 포지션을 돌아가며 수행해야 했습니다. 실기 시험의 핵심은 단순한 동작 수행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경기 상황을 가정하여 주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콜, 타구에 따른 이동, 선수와의 거리 유지, 판정의 명확성,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교육생의 위치 선정, 제스처의 정확성, 목소리 톤과 타이밍, 판정 이후의 시선 처리까지 모두 세심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기술적인 정확성만이 아니라, “압박 속에서도 얼마나 침착하게 중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통제하는가”라는 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었습니다. 아들은 실기 중 실제 모의 경기에서 주심을 맡게 되었는데, 타자의 헛스윙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분명한 콜을 외쳤고, 이에 대해 양 팀 감독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도 연출되었습니다. 그는 교육 중 배운 대응 방식대로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경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균형 잡힌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시험이 끝난 후 “정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준비해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었고, 실제로도 큰 실수 없이 무사히 실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험 당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마추어 야구 심판 수료증이 발급되었고, 이제 그는 공식적으로 전국의 아마추어 리그에서 심판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입니다. 수료증 발급과 동시에 협회에 심판 등록을 마친 아들은, 곧바로 지역 리그 심판 배정 시스템에 등록되었고, 첫 활동으로 지역 초등 야구대회에서 루심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첫 경기에서부터 전용 장비를 갖추고 출근하듯 경기장에 나섰고, 초반에는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매 판정마다 기록을 남기고 피드백을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점점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심판은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는 경기 후 늘 복기하며 다음 판정에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학습을 거듭했습니다.

수료증을 따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KBO 공식 경기 영상을 보며 프로 심판들의 시선과 위치, 콜의 명확성 등을 분석하고, 새로운 규칙이나 개정사항이 나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여 실전에 반영합니다. 또한 SNS나 심판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판단법을 배우고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수험생이 아닌, 야구라는 스포츠의 질서를 책임지는 ‘현장 전문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심이 담긴 자세는, 한 경기를 넘어 스포츠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밑거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10주 교육 프로그램의 체험기

아들이 등록한 10주간의 심판 교육 과정은 단순한 주말 수업 정도로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그 깊이와 강도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고 밀도 높은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론 수업 위주의 간단한 강의일 것이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총 60시간 이상을 현장과 교실에서 소화해야 했으며, 몸과 마음 모두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론 수업은 단순한 규칙 암기가 아니라, ‘왜 이런 규칙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실제 경기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보크의 정의나 사구 판정처럼 복잡하고 판례가 많은 상황을 비디오 분석 자료로 함께 보며, 교육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수업이 반복되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규칙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장에서 판단해야 하는지를 익히는 훈련이었던 것입니다. 각 주차가 끝날 때마다 소규모 퀴즈나 시뮬레이션 문제풀이가 진행되었고, 교육생들끼리도 서로 질문을 던지며 이해를 심화시켰습니다.

실습 수업은 말 그대로 ‘현장 그 자체’였습니다. 매주 야구장으로 이동해 실제 그라운드에서 포지션별 위치 선정, 스트라이크 존 판정, 콜 사인 연습 등을 반복하며 익혔습니다. 특히 루심, 주심, 2루심, 3루심 등 다양한 위치를 순환하며 경험을 쌓았고, 모의 경기 상황에서 실제 선수들을 초청해 시합을 진행하면서 실전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심판의 콜 하나하나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졌고, “너무 조급하게 제스처가 나왔다”, “지금 위치에서 볼 수 없었을 거다” 같은 조언을 들으며 정확성과 위치 선정 감각을 함께 훈련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지도한 강사진은 대부분 현직 또는 은퇴한 프로 심판들이었으며, 그들은 단순한 기술 전달자가 아니라, 심판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는 인생 선배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판정의 기준은 물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감독이나 선수와의 소통에서의 절제된 언행까지도 강조했습니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까지, 절대 방심하지 마라.” 그들의 이 한마디는 아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고, 교육 내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함께 훈련한 동료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야구장 한쪽에서 제스처를 반복하고, 주말 늦은 시간까지 규칙서를 펴고 토론하며 함께 공부하던 시간은 단순한 수업을 넘어 서로를 성장시키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주고, 실전처럼 연습 경기를 구성하며 각자의 문제점을 피드백해주는 모습은 단순한 수강생 이상의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어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이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여름철 한낮의 야외 훈련은 체력 소모가 컸고, 구체적인 동작을 수십 번씩 반복하면서 생기는 근육통과 피로는 매주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비마다 그는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반드시 감당하겠다”는 자세로 묵묵히 견뎌냈습니다. 그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로서도 감동적이었고, 그의 진심을 다시금 느낄 수 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결국, 이 10주의 훈련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교육을 넘어, 책임감과 집중력, 그리고 심판으로서의 품격을 배워나가는 변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아들은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경기의 판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경기의 질서를 지키고 공정함을 수호하는 ‘진짜 리더’로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 과정에서 얻은 것들은 자격증 이상의 의미였고, 그 후의 행보에 있어 든든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 맺음말

처음 아들이 “야구 심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마음 한켠에선 큰 걱정이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안정된 직장도 아니고, 주변에 같은 길을 간 사람도 없었기에 너무 생소하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또 평생을 그 길에서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앞섰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적인 걱정 사이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점점 다른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흥미만으로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육과정, 자격 시험, 진로 전망까지 스스로 꼼꼼히 조사하고,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주말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늦은 밤까지 규칙서를 펴고 공부하는 모습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진지함이 묻어났습니다. ‘이건 그냥 해보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구나’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것은, 수료증을 취득하고 실제 경기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의 그의 변화였습니다. 단순히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통제하고, 선수와 감독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며, 공정하고 질서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현장 관리자’로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때론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 판정에 이견이 생기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는 늘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판단을 되돌아보며 다음을 준비했습니다.

매 경기 후 집에 돌아오면 그는 하루를 돌아보며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응이 좋았는지를 차분하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는 단순히 “오늘도 잘했다”는 말보다 “이건 다음에 이렇게 바꾸고 싶다”는 말을 더 자주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이 길이 결코 흔하지 않은 길이라 해도,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는 주말이면 아들의 다음 경기 일정이 궁금해지고, 어떤 리그에 배정되었는지를 함께 확인하며 응원하게 됩니다. 그는 단순히 심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구축해가고 있었고, 저는 그 길을 지켜보며 더 이상 두려움보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일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혹시 같은 길을 고민하고 있거나, 누군가의 선택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야구 심판이라는 직업은 단지 유니폼을 입고 경기 중간에 휘슬을 불고 콜을 외치는 역할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기 전체의 질서와 공정함을 책임지는 중요한 위치이며,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차분하고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이 길은 누구나 쉽게 걷는 길은 아니지만, 한 번 들어서면 자신만의 철학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값진 여정이기도 합니다.

아들은 아직도 배우는 중이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지만, 그가 지금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들—공정함, 집중력, 리더십, 갈등 조절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는 앞으로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큰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그는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아들을 보며 진심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네가 걸어가는 그 길, 나는 끝까지 응원할게. 그리고 누구보다 너를 존경하고 있어.”

 

 

☞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면, KBO 심판의 하루 –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글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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