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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테인먼트

나의 희망을 받아주세요 백준혁 작가 신작 리뷰

by 이슈로그 편집장 202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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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희망을 받아주세요 백준혁 작가 신작 리뷰

삶의 끝자락이라 여겼던 순간, 기적처럼 피어난 로맨스 판타지의 정수. 백준혁 작가가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낸 구원과 치유의 서사, 그 먹먹한 울림을 전합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서로의 결핍을 껴안고 후지산의 별빛 아래 선 두 남녀의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짙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눈 덮인 산의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 위로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흐르는 몽환적인 일러스트. 하단에는 낡은 벤치 하나가 놓여 있어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주는 이미지.
짙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눈 덮인 산의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 위로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흐르는 몽환적인 일러스트. 하단에는 낡은 벤치 하나가 놓여 있어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주는 이미지 / 출처: AI 생성 이미지

 

 

1. 작가의 변신, 에세이 너머 소설로

문화 살롱을 찾아주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차를 내어드리고 싶네요. 쌉싸름하지만 끝맛은 달콤한, 깊게 우려낸 홍차 같은 책을 가져왔거든요. 바로 백준혁 작가의 신작 소설, <나의 희망을 받아주세요>입니다. 아마 많은 분이 작가의 이름을 듣고 담담한 위로의 에세이를 떠올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첫 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작가 특유의 사색적인 산문집일 거라 지레짐작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명확한 서사를 가진 장편 소설입니다. 그것도 아주 절절한 로맨스 판타지죠. 작가는 왜 익숙한 에세이라는 형식을 내려놓고, 허구의 세계를 축조했을까요?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현실의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과 '구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소설이라는 마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백준혁 작가의 문체는 소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인물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작가가 그동안 쌓아온 철학적 사유가 깊게 배어 있어,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성가온'이라는 인물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었습니다.

 

2. 벼랑 끝, 죽음 대신 만난 너

이야기의 시작은 지독하게 어둡습니다. 주인공 성가온은 우리가 뉴스 사회면에서 스치듯 보았을 법한 비극의 주인공입니다. 가난, 가정폭력,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사별.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 사람에게만 쏟아진 듯한 가혹한 현실 앞에서, 그는 삶을 놓아버리기 위해 옥상 난간에 섭니다. 그 장면의 묘사가 어찌나 사실적이고 처절한지, 읽는 저조차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절망의 끝에서 운명은 새로운 문을 엽니다. '야마노 하나코'. 산속 꽃의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와의 만남은 가온의 회색빛 세계에 색을 입히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코 또한 결코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녀 역시 시한부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존재입니다.

"죽으려는 남자와 살고 싶은 여자의 만남." 클리셰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설정이 백준혁 작가의 손을 거치자 전혀 다른 질감으로 다가옵니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과정,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생존을 위한 연대'로 시작되는 그들의 관계는 독자로 하여금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나누는 가장 깊은 위로를 보았습니다.

 

어둑한 옥상 난간, 위태롭게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과 그를 향해 손을 뻗는 소녀의 실루엣. 배경에는 도시의 불빛이 보케(bokeh) 효과로 흐릿하게 표현되어 인물에게 집중되는 구도.
어둑한 옥상 난간, 위태롭게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과 그를 향해 손을 뻗는 소녀의 실루엣. 배경에는 도시의 불빛이 보케(bokeh) 효과로 흐릿하게 표현되어 인물에게 집중되는 구도 / 출처: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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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지산, 그 약속의 무게

이 소설에서 '후지산'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상징성을 가집니다. 그곳은 두 사람이 도달해야 할 물리적 목적지이자, 그들의 사랑과 구원이 완성되는 성소(聖所)입니다. 하나코의 병세가 악화될수록 후지산 정상에 올라 푸른 은하수를 보겠다는 약속은 점점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불가능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위대함을 증명하려 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후지산을 오르는 여정의 묘사입니다. 차가운 바람, 가쁜 숨소리,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한기가 전해져 올 만큼 생생합니다. 이 혹독한 환경은 가온과 하나코가 세상과 싸워온 지난한 시간들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왜 하필 후지산이었을까요? 아마도 가장 높은 곳, 세상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곳, 오직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서만 그들의 기도가 닿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아닐까요? 작가는 판타지적 장치인 '어머니의 기적'과 '푸른 은하수'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낭만적으로 승화시킵니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실로 대단해서, 책을 읽던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되더군요.

 

4. 걷지 못하는 너와 나의 다리

제가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대목은 가온이 걷지 못하게 된 하나코를 업고 산을 오르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네가 걷지 못하면 내가 너의 다리가 되어줄게." 흔한 로맨스 소설의 대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서사에서 가온이 겪어온 삶의 무게를 이해한 독자라면, 이 말이 얼마나 무겁고 숭고한 맹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업는다는 행위. 그것은 상대방의 체온을 등 뒤로 온전히 느끼며, 그 사람의 무게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가장 원초적인 사랑의 표현입니다. 가온은 하나코를 업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지탱할 힘을 얻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짐을 짊어짐으로써 더 단단하게 땅을 딛게 된 것이죠.

작가는 이 행위를 통해 '희망'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희망은 혼자서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진흙탕을 뒹굴며 무겁게, 하지만 확실하게 한 걸음씩 내디디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나의 희망을 받아주세요>라는 제목이 이제야 묵직한 돌직구처럼 가슴에 박힙니다.

 

눈 덮인 가파른 산길을 한 남자가 여자를 업고 힘겹게 오르는 뒷모습. 여자의 손에는 작은 랜턴이 들려 있고, 그 빛이 앞길을 비추는 감동적인 장면.
눈 덮인 가파른 산길을 한 남자가 여자를 업고 힘겹게 오르는 뒷모습. 여자의 손에는 작은 랜턴이 들려 있고, 그 빛이 앞길을 비추는 감동적인 장면 / 출처: AI 생성 이미지

 

5. 사랑, 그 무모하고도 찬란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잠깐 정지'라는 개념은 백준혁 작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시련은 영원한 멈춤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잠깐의 숨 고르기라는 것. 가온과 하나코는 이 믿음 하나로 죽음의 그림자와 맞서 싸웁니다.

"10년은 너를 웃게 만들 것이고, 20년은 너를 지탱해줄 거야." 가온의 이 고백은 판타지적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현실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계산하고 재는 사랑이 만연한 시대에, 자신의 모든 미래를 걸고 상대를 지키려는 가온의 무모함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 찬란하게 빛납니다. 소설의 결말부에 이르러 작가가 준비한 반전과 여운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겠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책을 덮은 후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천장을 응시하게 될 겁니다.

 

6. 총평: 기적을 믿고 싶은 밤

백준혁 작가의 <나의 희망을 받아주세요>는 차가운 이성을 잠시 내려놓고, 뜨거운 감성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입니다. 누군가는 판타지적 설정이 비현실적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때로는 소설보다 더 기막히고 비현실적이지 않던가요? 그렇기에 우리에겐 이런 '믿음'의 이야기가 더욱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유난히 외롭거나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성가온과 야마노 하나코가 보여주는 그 지독한 사랑의 기록이,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에도 작은 모닥불을 지펴줄 것입니다. 사랑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기적을 목격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을 바칩니다.

  • ⭐ 한 줄 평: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보이는, 별 같은 사랑 이야기.
  • 👍 추천 대상: 삭막한 현실에 지쳐 펑펑 울고 싶은 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잃어버린 분, 백준혁 작가의 깊이 있는 문장을 사랑하는 분.
  • 🌙 별점: ★★★★★ (5.0/5.0) - 소설의 형식을 빌려 건네는, 작가의 가장 뜨거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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