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엔터테인먼트

이강원 작가, 만금빌라 속 숨은 의미

by 이슈로그 편집장 2026. 2. 16.
반응형

이강원 작가, 만금빌라 속 숨은 의미

2026년 2월 10일, 우리 시대의 서사를 묵묵히 지켜온 다산책방에서 이강원 작가의 장편소설 『만금빌라』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며, "가장 낡은 곳에서 길어 올린 가장 세련된 해학"이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모든 것을 삼켜버린 2026년의 차가운 도시, 그 한복판에서 철거를 앞둔 빌라 주민들이 펼쳐내는 질박하고도 뜨거운 생존기는 우리에게 잊고 있었던 '사람의 온기'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오늘 문화 살롱에서는 판소리의 신명 나는 리듬을 현대 소설의 문법으로 완벽하게 승화시킨 이강원 작가의 필력과, 무너져가는 벽돌 사이에 숨겨진 찬란한 인간애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 띠지가 선명하게 둘러진 『만금빌라』 도서 표지와 해 질 녘 노을이 내려앉은 낡은 빌라 옥상의 전경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 띠지가 선명하게 둘러진 『만금빌라』 도서 표지와 해 질 녘 노을이 내려앉은 낡은 빌라 옥상의 전경/출처: AI 생성 이미지

• 지은이: 이강원

• 출판사: 다산책방

• 출간일: 2026년 2월 10일

• 수상: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 정가: 18,000원

• 페이지: 312쪽

 

1. 저자/제작진 소개

이강원 작가는 이번 『만금빌라』를 통해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서사적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고창신재효문학상은 조선 후기 판소리 여섯 마당을 집대성하여 민중의 애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동리 신재효 선생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상입니다. 이 상이 이강원 작가에게 돌아갔다는 것은, 그의 소설이 단순히 텍스트로 읽히는 것을 넘어 '말의 맛'과 '이야기의 리듬'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그동안 도시의 그늘진 곳, 자본의 빛이 닿지 않는 소외된 공간에 천착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결코 우울하거나 패배적이지 않습니다. 신재효가 광대들의 입을 통해 양반 사회를 풍자하고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했듯, 이강원 작가는 2026년의 낡은 빌라 주민들을 현대판 광대로 호명합니다. 다산책방의 안목과 작가의 필력이 만나 탄생한 이 작품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기어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웃픈' 해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가장 비루한 곳에 가장 찬란한 인간의 무늬가 있다"는 신념으로, 독자들을 만금빌라의 좁고 가파른 계단 위로 초대합니다.

 

2. 만금빌라의 역설적 의미

소설의 제목이자 배경이 되는 '만금(萬金)'은 만 가지의 금, 즉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귀한 가치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소설 속 현실의 만금빌라는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재개발 확정 판정을 받고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시한부 운명의 건물,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벽에는 곰팡이가 꽃처럼 피어나는 낡은 연립주택입니다. 이강원 작가는 '만금'이라는 화려한 이름과 '폐허'에 가까운 현실의 간극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2026년의 세태를 통렬하게 풍자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만금'의 진짜 의미는 건물의 외형에 있지 않습니다. 빌라의 갈라진 틈새, 삐걱거리는 대문, 누가 내다 버린 낡은 소파가 놓인 복도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이 켜켜이 쌓인 지층과도 같습니다. 작가는 이 비루한 공간을 "금이 가야 빛이 들어오고, 틈이 있어야 숨을 쉰다"는 철학적 사유로 감싸 안습니다. 완벽하게 차단되고 매끄러운 신축 아파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서로의 살 냄새와 밥 짓는 냄새가 섞이는 '틈'의 미학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한 자들일지 모르나, 작가의 시선 안에서는 각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만금'보다 귀한 존재들로 다시 태어납니다.

 

 

반응형

 

 

3. 판소리적 해학의 미학

이 소설이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현대 소설의 형식을 빌려왔으면서도 그 내면에는 판소리의 문법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갈등을 마치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리드미컬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201호에 사는 깐깐한 독거노인과 303호의 고단한 청년 배달부가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서로 벽을 치며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과정은, 단순히 불쾌한 소음 공해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격렬한 '창(唱)'처럼 들립니다.

2026년의 현대인들은 옆집에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만큼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만금빌라의 얇은 벽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단절을 거부합니다. 쿵쿵거리는 발소리, 밤늦은 기침 소리, 부부 싸움 소리는 벽을 넘어 이웃에게 전달되고, 처음에는 혐오였던 그 소리들이 점차 "아,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는 동질감으로 변모합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비극을 비극으로만 두지 않고,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판소리의 미학을 2026년의 빌라촌으로 완벽하게 이식했습니다. 그들의 싸움은 어느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엇나간 대화가 되고, 독자는 그 '웃픈' 상황 속에서 뭉클한 인간애를 발견하게 됩니다.

 

낡은 빌라 복도에 놓인 짝이 맞지 않는 슬리퍼들과 열린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노란 불빛
낡은 빌라 복도에 놓인 짝이 맞지 않는 슬리퍼들과 열린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노란 불빛/출처: AI 생성 이미지

 

4. 옥상 평상과 연대의 힘

만금빌라의 옥상은 이 소설에서 가장 상징적인 '판'이자 '난장'이 펼쳐지는 해방구입니다. 좁고 어두운 각자의 방(밀실)에 갇혀 있던 주민들이 하나둘 옥상 평상으로 모여들면서 소설은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강원 작가는 옥상을 사회적 계급이나 체면을 모두 내려놓고 만나는 평등한 공간으로 설정했습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털어놓고, 곁에 있던 이웃들은 "얼씨구!", "잘한다!" 같은 추임새를 넣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연대는 거창한 사회 변혁이나 시스템의 개혁이 아닙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 밥 냄새를 맡으며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만금'보다 값진 구원임을 역설합니다. 2026년의 파편화된 개인주의 사회에서, 만금빌라의 옥상 평상은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독자들은 이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를 통해, 고립된 나 자신을 위로받고 타인에게 손을 내밀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강원 작가가 18,000원의 책값에 담아낸 진짜 위로의 정체입니다.

 

5. 사라지는 터전의 가치

소설의 후반부,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임박해오면서 만금빌라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이별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 이별은 눈물바다나 패배감에 젖은 투항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예우를 갖춘, 장엄하고도 유쾌한 의식에 가깝습니다. 주민들은 빌라의 낡은 벽에 아이들의 키를 쟀던 낙서를 어루만지거나, 옥상 텃밭의 흙을 나눠 담으며 자신들이 이곳에 머물렀음을 기억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집'이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이 저장된 거대한 하드디스크임을 상기시킵니다.

이강원 작가는 공간은 물리적으로 소멸할지라도, 그 안에서 맺어진 관계와 정(情)은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자본의 논리에 밀려 터전은 사라지지만, 그들은 만금빌라에서 배운 '함께 사는 법'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길을 떠납니다. 무너지는 벽돌 사이로 피어오르는 먼지는 허무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묘사됩니다. 이 결말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곁의 이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묵직하게 되묻습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창밖의 화려한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독자의 뒷모습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창밖의 화려한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독자의 뒷모습 / 출처: AI 생성 이미지

 

6. 삶의 장단을 맞춘 총평

이강원의 『만금빌라』는 제5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는, 2026년 상반기 최고의 수작입니다. 다산책방이 2월 10일 독자들에게 선물한 이 이야기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막걸리 한 사발과도 같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만 두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이강원 작가의 붓끝에서 완벽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삶의 장단이 꼬여 비틀거리는 날, 마음의 허기가 져서 잠 못 이루는 날, 이 책을 펼쳐 만금빌라 주민들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가 여러분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줄 것입니다. 18,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위로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한 줄 평: "사라지는 것들의 폐허 위에서 부르는, 2026년 가장 신명 나고도 애잔한 인간 찬가"
별점: ★★★★★ (5.0/5.0)

⚠️ 본문 내용 및 이미지는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 주십시오.


 

반응형